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전세계 가지고 장난하는 듯한 ‘트럼프 관세’

1 day ago 5

오락가락 관세정책에 대혼란

CBP, ‘관세 제외’ 품목 공지에
트럼프, 불거진 논란 정리 나서

세계 헤지펀드 설립자도 비관론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부채증가
새로운 일방적 세계 질서 초래해”

美국채, 위험자산으로 전락 의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인해 시장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으로선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직접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호관세 면제’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가 “머지않아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스마트폰, 컴퓨터 등 특정 물품을 상호관세에서 제외한다고 공지하면서 불거진 혼란을 정리한 것이다.

이들 품목은 상호관세에서 제외하되, 이미 별도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과 마찬가지로 ‘반도체’라는 별도 범주로 품목별 관세 대상에 넣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혼란이 가시지 않았다.

사진설명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 관세에 대해 “일부 기업들에는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과도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에 따라 영향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품목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며 14일 세부 내용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이날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주 중 발표하겠다”고 말하며 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도체 이외에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의약품, 구리, 목재 등 품목관세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 당일인 지난 9일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갑자기 발표하면서 혼란을 키웠던 바 있다. 이 역시 미국 국채시장에 이상징후가 발생하면서 갑자기 ‘회군’한 것이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해방의 날’이라고 명명된 행사에서 한국 25% 등 각국에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했는데 각국의 관세율이 적힌 패널과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 표기된 관세율이 달라 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 레이 달리오 [로이터 = 연합뉴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 레이 달리오 [로이터 = 연합뉴스]

이 같은 혼란에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비관적 의견을 제시했다.

달리오는 이날 미 NBC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국 부채 증가가 새로운 일방적 세계 질서를 초래하고 있다”며 “현 상황을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경기 침체보다 더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달리오는 이날 대담에서 수입품 관세, 재정적자 확대, ‘기존 권력에 도전하는 신흥 세력’의 결합을 “상당히, 매우 파괴적인 변화”라고 규정하면서 “미 행정부는 의사결정의 갈림길에 서 있으며, 이런 변화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를 자세히 설명해달라는 사회자 질의에 “통화질서 붕괴, 우리가 알고 있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방식이 아닌 내부 갈등, 세계 경제에 매우 혼란을 주는 국제 분쟁, 경우에 따라선 군사적 충돌” 등을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우려는 전방위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세 부과와 유예가 수시로 반복되면서 기업들로선 장기적인 경영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워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관세 폭탄 앞에 그간 생산기지를 다변화해온 기업들조차 속수무책인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동남아시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던 미국 업체들이 동남아 국가에도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자 더 이상 ‘피난처’를 찾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브라운대 정치경제학자인 마크 블라이스 국제경제금융 교수는 NYT에 “미국 정부가 방향을 잃었다고 전 세계가 느끼고 있다”며 “미국 국채는 어떤 뉴스에도 흔들리지 않던 투자처였지만, 이제는 시장 공포에 따라 매도되는 ‘위험자산’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NYT에 “시장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관세 구조의 비논리성과 임의성”이라며 “정책 결정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에만 적용된’ 상호관세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자가당착’에 빠진 상태다.

미국과 중국이 ‘보복의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어느새 미국의 대중 관세는 상호관세 125%와 ‘펜타닐 관세’ 20%를 포함한 145%까지 치솟은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시행에 들어간 철강·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25%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나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관세가 14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보니 중국산 반도체나 전자제품은 오히려 관세를 ‘할인’해주는 형국이 된 셈이다.

그렇다고 반도체·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중 관세 수준에 맞춘다면 한국·대만·일본 등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사실상의 ‘금수조치’에 나서게 되는 셈이어서 미국 내 공급망이 마비될 수 있다.

[위싱턴 = 최승진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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