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발칙한 언어 1020 강타
상반기 전체 시 판매 27% 쑥
인기작가 팬덤에 시 문단 활기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한국 소설이 전성기를 맞은 가운데 그 인기가 한국 시로 번져가고 있다. 시집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인 데다 '인기 시인'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김혜순 시인이 시집 '죽음의 자서전'으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HKW)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하면서 이 추세는 더 불붙을 전망이다.
최근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 분야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글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는 20대 독자가 시 분야의 주요 구매층이다. 올해 상반기 시 분야에서 20대 구매 비중이 30.8%로 전년 동기 25.6%보다 5.2%포인트 증가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기존에도 시 분야는 20대 독자가 주요 구매층이었는데, 최근 텍스트힙 트렌드에 반응한 20대 독자층이 더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며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오히려 전통적인 문학 장르인 시집이 '힙'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평했다.
올해 상반기 시 분야 베스트셀러 1위는 한강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2013)가 차지했다. 2위는 고선경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2025), 3위는 차정은의 '토마토 컵라면'(2024), 4위는 나태주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2020), 5위는 강신애의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2023)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선경 시인은 시 분야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유일하게 2권의 시집을 올렸다. 2위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외에도 8위 '샤워젤과 소다수'가 인기다. 젊은 감각의 발칙한 시를 쓰는 그는 줄곧 'MZ시인'이나 '문단의 아이돌'이라고 호명된다. 2022년에 등단한 그는 최근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 산문집을 출간했다.
나태주, 류시화와 같이 기성 시인의 시집 또한 시 분야 베스트셀러 30위 안에 각각 4권씩 올랐다. 나태주는 4위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외에도 16위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23위 '풀꽃', 29위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가 많이 팔렸다. 류시화는 10위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13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15위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21위 '마음챙김의 시'가 순위에 올랐다.
박준, 이병률의 작품도 20대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2권씩 30위 안에 올랐다. 박준은 9위 '마중도 배웅도 없이'와 26위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가 인기를 끌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팬덤을 확보한 작가에 대한 구매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SNS에서 인기를 얻은 후 자가 출판 플랫폼 부크크를 통해 시집을 출간한 점이 특징이다. 차정은은 3위 '토마토 컵라면' 외에도 최근에 출간한 '여름 피치 스파클링' '유쾌한 워터멜론'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윤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