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사고 이후 안전성 우려속
활주로 길이 1200m 소공항
울릉·흑산·백령도 건설 예정
개항 50년된 日요론섬 공항
1200m에도 사고 발생 없어
전문가 “정밀계기비행장치가
안전한 이착륙 위해 더 중요”
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일본 가고시마공항을 거쳐 도착한 요론섬. ‘요론블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다색이 맑고 투명하다. 일본의 전설적인 가수 마쓰다 세이코의 대표곡 ‘푸른 산호초’를 절로 흥얼거리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요론섬은 둘레가 고작 23.5㎞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섬 크기만큼 아담한 요론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1200m로 길지 않지만 안전성 논란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최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활주로 길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특히 울릉공항과 백령공항, 흑산공항 등 섬 지역에 활주로 1200m 길이의 소형 공항 개항이 연이어 계획된 가운데 찬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경북 울릉군 주민들은 지난 19일 독도에서 승객 안전 등을 위해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항공업계는 한국 섬들의 경우 1200m 길이 활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항공기 제작 업체 ATR의 장다니엘 코소프스키 아태지역 세일즈 디렉터는 “요론섬은 한국보다 훨씬 무더워 여름에는 양력이 떨어져 평소보다 활주로를 길게 달려야 한다”며 “인천에서 울릉도까지 가는 거리보다 가고시마에서 요론까지 가는 거리가 훨씬 멀기 때문에 연료 무게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활주로를 1500m로 연장하면 막대한 재정 지출과 건설 기간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ATR은 프랑스 에어버스와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의 합작사다. 요론섬에는 ATR이 제작한 프로펠러기 ATR72-600(78인승)이 취항하고 있다.
실제 가고시마공항에서 1시간30분 남짓 ATR72-600을 타고 요론공항에 내려보니 램프지역(비행장 내에서 인원 탑승과 정비를 위해 항공기를 수용하도록 지정한 지역)으로 가기 위해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날 때까지 활주로 끝은 반이나 남아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요론공항에서 46년째 근속 중인 가와바타 야스히로 매니저는 “다행히 요론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며 “요론공항은 곧 착륙대를 확장할 계획인데 활주로를 연장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일수와 안개가 많은 섬 특성에 맞는 공항 시설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보다 안전한 항공기 이착륙을 위해서는 시계비행보다는 공항에 정밀계기비행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답했다.
반면 가고시마공항에서 만난 가사마쓰 가오루 재팬 에어 커뮤터(JAC) 기업 전략·재무 수석 부사장은 요론섬의 활주로가 1500m로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JAC가 취항하는 5개 섬 중 3개 섬의 활주로가 1200m”라며 “아주 더운 날에는 비행기 퍼포먼스 제한으로 만석을 채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JAC는 일본 대표 항공사인 일본항공의 자회사다.
가사마쓰 부사장은 “코로나19 기간에 사람의 왕래가 없어도 혈액 등 필수품 수송 때문에 비행기를 띄웠다”며 “풍랑으로 인해 2주간 아마미섬에 고립된 고등학생들을 비행기를 띄워 구조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JAC에 항공기 구입 비용이나 운영 자금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가사마쓰 부사장은 “프로펠러기는 제트기보다 비용구조가 훨씬 좋다”며 “안전성 측면에서도 바람이 강한 섬 지역에 적합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