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미군과의 협력 보폭을 대폭 넓히고 있다. 지난해 자사 인공지능(AI) 모델을 군사용으로 개방한 데 이어, 8년 전 자사가 해고한 팔머 럭키 창업자가 이끄는 안두릴과 손잡고 군사용 확장현실(XR) 기기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 집중하던 메타가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국방 부문으로의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메타는 미군용 헤드셋 및 고글 등 XR 기기 개발을 위해 미국 방산 기술 스타트업 안두릴과 제휴를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제휴에 따라 양사는 ‘이글아이’라는 이름으로 병사들의 청각과 시각 능력을 강화하는 센서를 탑재해 수 ㎞ 밖에서 날아오는 드론을 탐지하거나 은폐된 목표물을 포착하는 기기를 공동 개발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글아이 기술은 미군이 국내외에서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메타는 미래 컴퓨팅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AI와 AR 구축에 힘써 왔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VR 하드웨어 장비 관련 미 육군 계약에도 공동 입찰했다. 이번 계약은 최대 1억달러(약 1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와 안두릴은 이번 육군 계약 수주 여부와 관계없이 기기 개발을 계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해당 기기에는 메타의 AI 모델과 안두릴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가 탑재된다.
메타는 최근 국방 부문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11월 새로운 사업 분야로 국방 부문을 낙점하고 자사 AI 모델을 군사용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군이 최첨단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기술 고도화를 위해서도 군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란 판단에서다. 또 현재 메타 매출의 90% 이상을 SNS 플랫폼을 통한 광고 매출이 차지하고 있는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에 국방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현지 테크업계에서는 저커버그 CEO와 럭키 안두릴 창업자의 ‘악연’에도 주목하고 있다. 럭키 창업자는 2014년 페이스북(메타의 전신)이 인수한 가상현실(VR) 기기 업체 오큘러스 VR의 창업자다. 19살 때인 2012년 오큘러스 VR을 창업해 2년 뒤인 2014년 23억달러(약 3조1500억원)에 회사를 매각한 뒤 페이스북에서 VR 부문장을 맡으며 VR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하지만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반대 단체에 기부한 사실이 드러났고, 저커버그 CEO는 이듬해 그를 해고했다. 메타는 지난해 미 대선을 앞두고서야 과거 럭키 창업자를 해고한 데 대해 사과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