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했다. 대대적 관세 전쟁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며 미국으로 자본 쏠림이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해외투자 분석업체 fDi마케츠에 따르면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미국이 유치한 그린필드 투자(공장이나 사업장을 새로 짓는 투자)는 2100여 건으로 관련 기록이 있는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총투자 규모는 2270억달러(약 325조원)로 추정된다. 전 세계 신규 FDI 프로젝트 중 14.3%가 미국 투자다. 전년 대비 2.7%포인트 높아졌다. 대미 투자 증가는 강력한 소비 수요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등 정부 인센티브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중국과 유럽은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투자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 기간 중국이 신규 유치한 프로젝트는 400개 미만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미국 내 투자 유치가 급증한 것과 반대로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시작한 신규 프로젝트는 2600개로 코로나19 팬데믹 때를 제외하면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미국이 각국 투자를 빨아들이며 세계적인 경기 침체 흐름과 달리 미국만 성장이 가속화하는 ‘미국 예외주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이런 경향이 더 강화될 수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