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경 비상사태 선포 후
전역서 동시다발 체포·구금 개시
학교·교회 등 민감지역 예외없어
‘국경차르’ 톰 호먼 “피난처 도시서
더 많은 체포 이뤄질 것” 정면경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집권 이틀째인 21일(현지시간) 전국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했다.
출범 첫날부터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망명 신청 접수를 중단하며 이민 ‘빗장’을 걸어 잠근 가운데 전격적인 단속을 감행하며 불법 이민자를 대거 추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국경 차르’로 임명한 톰 호먼은 이날 CNN과 인터뷰하면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미국 전역에서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단속 우선순위는 범죄 이력이 있는 불법 체류자이다. 호먼은 “오늘부로 ICE 요원들이 현장에서 활동 중”이라며 “이 나라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는 이들을 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속된 불법 이민자를 구금한 뒤 본국이나 제3국으로 추방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민자 친화적인 ‘피난처 도시’와 주(州)도 단속의 예외가 되지 않는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있는 피난처 도시의 경우 연방정부의 불법 체류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거나 협조 자체를 조례로 금지하고 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콜로라도주 덴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등이 대표적이다. 호먼은 불법 체류자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비협조적인 도시나 주에서는 더 공격적인 단속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이 과정에서 범죄 경력이 없는 불법 이민자까지 대거 단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피난처 도시에서는 부수적인 체포가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가 체포하려는 사람을 찾기 위해 지역사회로 들어가도록 강제하기 때문”라고 말했다. 이어 “전임 행정부와 달리 우리는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지 말라고 ICE 요원에게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피난처 도시들은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정확히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민감 구역’에서의 단속 활동을 허용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2011년부터 교회, 학교, 병원, 사회복지시설, 구호센터 등을 ‘민감 구역’으로 설정해 불법 이민자 체포를 금지하는 ICE의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ICE는 불법 이민자들이 단속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녀를 학교와 병원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이민 옹호 단체의 주장을 수용해 방침을 수립한 바 있다. 벤저민 허프먼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이날 성명에서 “범죄자들은 체포를 피하려고 미국 학교와 교회에 더 이상 숨지 못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용감한 사법당국의 손발을 묶지 않고 그들이 상식대로 행동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CNN은 이번 조치에 대해 “이민자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두려움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스쿨버스 운전사부터 교회 목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ICE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내 ‘피난처 도시’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을 막기 위해 대비책 수립에 분주한 모습이다. 콜로라도주 덴버시는 도시 내 ICE 활동을 지원하지 않을 방침이며, ICE 요원이 ‘민감 구역’에서 불법 이민자를 체포할 경우 ICE를 상대로 한 소송에 돌입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주 LA시도 시내 학교들이 이민 단속에 자발적으로 협조하거나 학생과 가족의 이민 상태에 대한 정보를 ICE와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시도 학교 내 교원들이 ICE 요원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했으며, 불법 이민자가 구금될 경우 자녀에 대한 돌봄 조치를 규정한 가이드라인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