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 챔프전 혈투끝 승부 원점
메가 38점 불꽃쇼 대반격 이끌어
김연경 내일 인천서 ‘라스트 댄스’
남자부 현대, 구단 첫 트레블 환호
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2024∼2025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5전 3승제) 4차전을 앞두고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이 같은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이날 승리로 승부를 흥국생명의 안방인 인천삼산월드체육관까지 끌고 가겠다는 뜻이었다. ‘배구여제’ 김연경은 이번 챔프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
고 감독의 바람대로였다. 정관장은 이날 2시간 35분의 혈투 끝에 3-2(25-20, 24-26, 36-34, 22-25, 15-12)로 승리하며 승부를 최종 5차전까지 끌고 갔다. 인천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내준 정관장은 4일 안방인 대전에서 열린 3차전에 이어 이날 4차전까지 2경기 연속 5세트 접전 끝에 승리했다.
아시아쿼터 선수인 메가(26)가 정관장의 대반격을 이끌었다. 메가는 이날 양 팀 선수를 통틀어 최다인 38득점(공격성공률 47.37%)을 기록했다. 승부처인 5세트에만 47.4%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고, 경기를 끝내는 퀵오픈 공격까지 성공시켰다.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팀의 오퍼짓 스파이커를 맡는 메가는 정규리그에서도 김연경(성공률 46.03%)을 제치고 공격 종합 부문 선두(성공률 48.06%)를 차지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오른쪽 무릎 통증을 안고도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메가는 3차전에서도 40득점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고 감독은 경기 후 “메가는 위대한 선수다. V리그 역사에서 기억될 이름”이라며 찬사를 보냈다.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정관장은 지난달 25일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3전 2승제)를 시작으로 13일간 이틀 간격으로 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세터 염혜선(34)은 무릎, 리베로 노란(31)은 허리 통증을 느끼면서도 부상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챔프전을 앞두고 김연경의 통합 우승을 저지하는 악역을 자청했던 염혜선은 이날 “악역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도록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4번째 챔프전 우승에 도전하는 정관장은 앞서 3차례 챔프전에서 모두 승리한 좋은 기억이 있다.
우승에 1승만을 남겨뒀던 흥국생명은 적지에서 시리즈를 끝내지 못한 채 인천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날 올 시즌 최다인 32득점을 올린 김연경은 V리그 최초로 포스트시즌 1000득점(총 1011점)을 돌파했지만 팀 패배로 웃지 못했다. 김연경의 ‘절친’ 김수지(38·흥국생명)는 포스트시즌 최다 출전 신기록(52경기)을 세웠다.
두 팀은 8일 오후 7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마지막 5차전 승부를 가린다. 5전 3승제로 치러진 역대 여자부 챔프전에서 1, 2차전을 이긴 팀의 우승 확률은 85.7%(7번 중 6번)다. 다만 단 한 차례 ‘역스윕’을 허용했던 팀이 2022∼2023시즌 흥국생명이다. 2년 전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는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2년 전과 지금은 다른 팀”이라며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고 감독은 “모두가 박수 칠 수 있는 그런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5일 인천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3-1(25-20, 18-25, 25-19, 25-23)로 이기면서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역대 다섯 번째 챔프전 우승을 이뤘다. 통합우승은 19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구단 최초로 트레블(한 시즌 컵 대회, 정규리그, 챔프전 동시 석권)도 달성했다. 외국인 공격수 레오(35)가 기자단 투표 31표 중 23표를 획득해 삼성화재 시절인 2012∼2013, 2013∼2014시즌에 이어 개인 세 번째 챔프전 MVP의 영광을 안았다.대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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