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며 비주력 계열사 매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렌터카 시장 1위 롯데렌탈의 매각설이 나온 가운데 롯데그룹 내 유일 금융사인 롯데캐피탈이 매각 다음 타자로 거론되는 중이다. 롯데캐피탈은 그룹 내 자금 조달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해왔지만, 주력 계열사들의 위기가 커지면서 5년 만에 매각이 재추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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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계열사 롯데렌탈 매각 우선 거론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비주력 계열사 매각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이미 호텔롯데가 국내 렌터카 1위 계열사인 롯데렌탈(089860) 경영권 매각 제안을 받은 만큼 호텔롯데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도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호텔롯데는 올해 3분기말 기준 △롯데쇼핑(8.86%) △롯데디에프리테일(91.52%) △롯데건설(43.30%) △롯데물산(32.83%) △롯데알미늄(38.23%) △롯데캐피탈(32.59%) △롯데상사(32.57%) △롯데지알에스(18.77%) △롯데글로벌로지스(10.87%)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먼저 매각 가능성이 나온 계열사는 롯데렌탈이다. 호텔롯데는 최근 롯데렌탈 경영권 매각 제안을 받고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해명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호텔롯데(37.80%)와 부산롯데호텔(22.83%) 등이 보유한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약 60.67%로 알려졌다.
롯데렌탈의 이날 시가총액(1조587억원) 기준 해당 지분 가치는 약 6400억원이다. 최근 업계 2위 SK렌터카카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 8200억원에 팔렸는데, 지난해 롯데렌탈이 SK렌터카 실적의 2배 가량을 벌었다는 점에서 매각가는 1조6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1위 롯데렌탈의 시장 지배력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2019년 못 판 롯데캐피탈 재매각 가능성
잠재적 매각 후보로는 롯데캐피탈이 꼽힌다. 1995년 설립된 부산할부금융이 전신인 롯데캐피탈은 롯데그룹의 첫 금융사로 출범했다. 이후 2017년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 후 금산분리 규제 회피와 비주력 사업 정리 차원에서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를 매각할 당시 롯데캐피탈은 매각하지 않고 계열사로 남겼다. 당시 KB금융지주와 사모펀드가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최종 불발됐다.
롯데캐피탈은 그룹의 마지막 금융사로서 계열사의 자금 조달을 도왔다. 올해 들어 롯데건설의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조성한 2조300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펀드인 프로젝트샬롯에 1500억원 규모 대출을 내어줬고, 코리아세븐이 발행한 200억원 규모 사모사채와 롯데컬처웍스가 발행한 2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주력 계열사인데다 2019년 매각을 추진했던 만큼 재매각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롯데캐피탈 지분 매각 시 지배구조 변동이 적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현재 롯데캐피탈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파이낸셜(51%)로, 호텔롯데(32.59%), 부산롯데호텔(4.69%), 일본 광윤사(1.92%) 등이 지분을 나눠 들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당시 금융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일본 롯데파이낸셜로 지분을 넘긴 탓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롯데캐피탈의 기업가치는 1조원대다. 롯데캐피탈의 올해 3분기말 연결 기준 자본(1조5600억원)에 캐피탈사에 적용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7~0.8배를 적용한 결과다. 롯데캐피탈이 매년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 중이고, △리스 △기업여신 △개인신용대출 등 3개 부문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