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똥물일까봐 걱정했는데”…입속에서 느껴지는 이 맛, 먹을만 한데?

지난달 30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가 열린 뚝섬한강공원. 평일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한강에 빠져 현실 ‘아리수맛’을 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중에는 웃옷을 풀어 헤치며 몸매를 자신 있게 뽐내는 운동광들도 여러 눈에 띄었다..

올해 2회째를 맞이한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는 철인 3종 경기와 종목은 수영·자전거·달리기로 같다. 그러나 순위나 기록 경쟁 없이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행사 기간인 3일간 쉬엄쉬엄 완주하면 메달을 목에 걸어준다.

생애 처음으로 도전한 3종 경기와 서울을 크게 가로지르는 한강 물맛은 과연 어땠을까?

기대 이상의 한강 물맛…한강 수영장 세우면 안 될까?

북한강에서 바나나보트 정도만 타본 기자는 서울을 크게 가로지르는 거대한 한강에 빠져보기 위해 한강 수영 300m가 포함된 초급 코스에 도전했다.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코스는 초급자 코스(15km)와 상급자 코스(31km)로 나뉘어 진행된다. 초급자는 뚝섬한강공원 야외수영장 200m 또는 한강 수영 300m 중 선택할 수 있고 자전거는 10㎞, 달리기는 5㎞를 완주해야 한다. 상급자 코스는 한강 횡단 1㎞와 자전거 20㎞, 달리기 10㎞로 구성됐다.

틈틈이 실내 수영장에서 연습을 했지만 도저히 한강 횡단 1㎞는 엄두가 나지 않은 겁쟁이였다.

순서는 달리기-수영-자전거를 생각했으나 이날 오전 10시 30분쯤에는 달리기 코스에 대기자가 장사진을 이뤄 어쩔 수 없이 한강수영으로 시작해야 했다. 좁은 한강 보행길을 고려해 달리기는 10분마다 30여명씩 묶어 출발하다 보니 대기 줄이 인기상품 오픈런을 방불케 했다.

한강 수영 300m는 한강수상안전교육장에서 출발해 150m 지점에 설치된 부유물을 찍고 돌아오는 방식이었다.

한강 물에 입수하자 냉탕보다는 따스함이 느껴져 수영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물속을 들여다보니 미세한 조류 때문인지 불투명한 연녹색이었고 시야가 많이 확보되지는 않았다. 물 아래는 검은 심연 때문에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고 약간의 두려움이 밀려왔다.

믿을 건 챙겨온 오리발 뿐. 일단 앞으로 나아갔다. 아뿔싸, 입 속으로 한강물이 밀려들어온다. 그런데 어랏? 기대 이상으로 상쾌한 물맛이다.

시는 행사 전까지 매일 수질 점검을 진행했으며 지난 28일 점검 결과 100㎖당 대장균 4~9마리, 장구균 0~3마리, PH는 약알카리성인 8.1로 국제 기준값의 100분의 1 미만의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2006년 세계트라이애슬론연맹이 정한 경기 적합 수질기준은 100㎖당 대장균 1000개, 장구균 400개 미만이라고 하니 이만하면 한강이 세계적인 트라이애슬론 경기장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한강수영장은 로프와 부유물로 라인을 만들고 일정한 간격으로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어 물에 빠질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평일 오전이어서 그런지 한강 수영 참여자 수가 적어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주말에 참여했던 선수들은 거의 한강목욕탕을 경험하지 않을까 싶다.

150m 지점에 설치된 부유물 위에서 쉬어갈 수 있게 안전요원들이 물 밖으로 꺼내주는데, 한강 한복판에서 온몸에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다.

한강 수질이 이 정도라면 북한강에 흔히 있는 일명 ‘빠지’를 서울 한강에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베스트 따릉이 선택했다면 10km는 금방~

두 번째 코스는 따릉이로 달리는 10㎞였다. 평소 따릉이를 타다 보면 기어가 잘 안 먹히거나 바퀴 상태가 좋지 않아 힘겹게 운행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베스트 따릉이’였다. 약 2600대의 따릉이가 운동장에 가지런히 놓여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서울시가 꽤 공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따릉이를 타고 달리는 한강 수변은 아무리 반복해도 질리지 않을 만큼 쾌적하고 싱그럽다. 많은 참석자가 몰릴 주말에는 이러한 여유를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날 만큼은 날씨도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니 금상첨화였다.

땡볕에도 행사진행을 도우며 고생하는 젊은 행사요원들이 건네는 ‘화이팅’ 소리도 너무 반가우면서도 미안스러웠다.

참고로 5㎞ 반환점에서 생수를 제공하니 굳이 음료를 챙길 필요는 없을 듯. 다만 선수의 건강을 위해(?) 미온수를 제공하니 얼음물을 원한다면 스스로 챙겨야…

땡볕·좁은 도로에 주의해야…

드디어 마지막으로 5㎞ 달리기만 남았다.

오전과 다르게 낮 12시가 살짝 넘어가니 달리기 선수들이 눈에 띄게 줄었고 출발선에 서자마자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실내 러닝머신에서 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쾌적함에 ‘러너 하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한강 변 보행로가 좁고 같이 달리는 선수들이 꽤 있다 보니 자전거 도로를 자주 침범할 수 밖에 없었다. 일부 보행로 구간에서는 한 명 정도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았다.

그나마 평일이니까 큰 혼란 없이 경기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는 꽤 사람들이 엉겨 붙을 것 같았다. 자전거와 달리기는 코스가 정반대여서 겹칠 리는 없지만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시민 중 주말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분들과 겹치게 될 경우 사고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반환점에서 미온수(?)를 한 잔하고 돌아오는데 3km 지점부터 ‘사점(Dead point)’이 오기 시작했다. 분명 런닝머신에서는 5km를 한번에 뛸 수 있었는데…

쉬다가 걷다가 다시 달리다보니 결승점에 도착했다. 애초 목표인 30분 안에 들어와 스스로를 위안했다. 대회가 쉬엄쉬엄하라 당부했으니 좋은 핑곗거리도 있고 말이다.

한강에 왔다면 역시 한강라면…그보다 더 좋은 건 얼음맥주

무엇보다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시는 행사장을 찾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푸드트럭 먹거리존을 운영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 상권 및 배달앱 홍보도 집중적으로 추진중이다.

하지만 최고 인기메뉴는 단연코 한강라면. 실제 이날도 많은 선수와 시민들이 한강라면을 즐기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었다. 3종 경기에 참여해 한강 물맛을 본 외국인들도 경기 후 한강라면을 빠트리지 않았다. 기자는 얼음컵에 캔맥주 가득담아 시원하게 마셨더니 세상을 가진 느낌이었다.

한국에 관광하러 왔다는 한 외국인은 “강이 너무 커서 수영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면서 “한강서 먹는 라면도 약간 매웠지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주말에 한강 3종 경기 도전하시는 분들은 대기줄 각오하시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즐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