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인-아들2명 살해여부 조사
광주북부경찰서는 2일 지모 씨(49)와 그의 친구 김모 씨(49)를 각각 살인 혐의와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전날인 1일 오전 1시 12분경 지 씨와 부인 정모 씨(49), 큰아들(18), 작은아들(16)이 탄 검은색 승용차가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 앞에서 한동안 정차와 주행을 반복하다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바다로 돌진해 추락했다.
이 사고로 정 씨와 두 아들은 숨졌으며, 시신은 2일 인양됐다. 당초 지 씨도 함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조사 결과 그는 차량에서 빠져나와 친구 김 씨의 도움을 받아 광주로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 씨 가족은 지난달 30일 오후 광주 북구의 한 원룸에서 출발해 신안과 목포 등지를 거쳐 진도까지 내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이 바다로 추락하기 전에는 일가족 4명의 휴대전화가 모두 꺼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이들의 실종은 2일 오후 두 아들이 다니던 광주 북구의 한 고교에서 작은아들의 교사가 “학생이 며칠째 등교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이후 경찰은 형과 부모도 모두 연락이 끊긴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지 씨의 자택에서 유서나 특이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 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진 않았지만 원룸에 함께 거주했던 것으로 미뤄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 씨가 최근 거액의 빚을 진 정황을 확인하고, 경제적 이유로 가족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 씨가 사건 직전 가족에게 수면제를 먹인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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