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윤석열 정부가 규제혁신추진단을 띄우는 등 규제 혁파에 주력했지만 직역 플랫폼 활성화, 공유숙박 규제 완화와 같은 굵직한 과제들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이해관계자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풀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정권이 중도에 막을 내림에 따라 향후 규제 완화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신산업 육성하려 해도…직역단체 반발 못 넘어
25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후 총 2900여건의 규제를 개선했다. 공항 입국자의 휴대품 신고서 작성 의무 폐지, 휴대전화 보조금 상한제 폐지 등이다. 정부는 이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약 148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신산업 분야를 포함해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과제 일부는 정부가 규제 개혁에 사활을 걸었음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직역플랫폼이다. ‘로톡’, ‘삼쩜삼’, ‘강남언니’ 등 정보기술(IT)을 업고 전문 영역에 진출한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서비스산업으로 성장하리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세무사회, 대한의사협회 등 직역단체들의 견제로 ‘업역 다툼’이 고조됐다. 변협은 로톡에서 활동한 변호사들을 징계하고, 세무사회는 삼쩜삼 소속 세무사 징계에 더해 세무대리의 소개·알선 금지 위반 혐의 등으로 삼쩜삼 운영사를 고발했다.
정부는 로톡 활동 변호사에 대한 징계 취소, 소개·알선 행위에 대한 유권해석, 의료광고 관련 가이드라인 발표 등으로 개입했지만, 세무사회의 삼쩜삼 고발전이 보여주듯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 관계자는 “신산업 육성이라는 큰 틀의 방향이 있었고 스타트업 플랫폼들이 성공 모델이 되길 바랐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직역단체의 반발이 거세 갈등 조정이 어려웠다”고 했다.
원격의료 관련 규제도 나아지지 않았다. 국무조정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는 지난 3월 말 의료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해 일반의약품의 화상판매기 약효군 확대를 권고했지만 대한약사회의 반발에 막혔다.
정부는 늦은 밤이나 공휴일 등 약국이 문을 열지 않은 때 약사와 화상통화 후 의약품을 살 수 있는 판매기의 의약품 품목을 늘려야 한단 입장이다. 약국 없는 농촌 등 격오지엔 약국 외 장소에도 화상판매기 설치를 허용해야 한다고도 보고 있으나, 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변질 등 국민건강과 안정성 문제로 맞서고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도 비슷한 이유로 무산됐다.
5년, 10년 해묵은 규제…차기 정부로 공 넘어가
국회에서 제동이 걸려 마무리 짓지 못한 과제도 있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 과제 ‘1호’인 대형마트·기업형수퍼마켓(SSM)의 공휴일 의무휴업일 규제가 대표적이다. 청주, 대구, 서울 서초구 등 79개 기초지자체가 지자체 조례에 따라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바꿔 운영하면서 규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하지만 규제 강화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지난 3월 발표한 민생의제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서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지자체의 재량권을 박탈해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일의 공휴일 지정을 강제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안도 발의했다.
현재 외국인만 이용 가능한 도시민박을 내국인에게도 허용해 도시민박 활성화를 꾀하는 공유숙박 규제 완화는 흐지부지됐다. 문재인정부에서 관광활성화와 내수 살리기를 명분으로 추진했고 윤석열정부에서도 제도화를 공언했던 사안이다. 작년 12월 말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2025년 상반기 중 법령 개정’ 의지를 밝혔지만 정부는 관광진흥법안 발의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는 1년 중 영업일수를 180일 이내로 제한하고 법인·임대사업자엔 불허하는 등의 요건을 두겠단 구상이나 숙박업계 반발에 제도 개선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성과 도출에 한계가 있었으나 계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규제 개선 과제들”이라며 “차기 정부에서 이들 과제 해결에 노력하고 인공지능(AI) 관련 규제 완화도 중점을 두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