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김의 '장진호 전투 영웅을 기리는 자선 음악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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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01 17:46 수정2025.09.01 17:46

테너 로이 김(Roy Kim)이 지난 주말 서울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장진호 전투 영웅을 기리는 자선 음악회’에서 열창하고 있다. JCC아트센터 제공

테너 로이 김(Roy Kim)이 지난 주말 서울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장진호 전투 영웅을 기리는 자선 음악회’에서 열창하고 있다. JCC아트센터 제공

매우 특별한 음악회 초대를 받았다. 지난 주말 서울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테너 로이 김(Roy Kim)의 ‘장진호 전투 영웅을 기리는 자선 음악회’. 로이 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명문 사학 캠벨 홀 고등학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한인 2세로, 뉴욕 카네기 홀에서도 연주한 성악 유망주다.

재능그룹 회장의 외손자인 그는 “한국전쟁(6⸱25) 중 장진호(長津湖) 전투 참전용사를 만나 뵙고 그분들이 겪은 아픔과 열악한 지원 현실을 목격하면서 그 희생과 용기를 기억하고 명예를 지켜드리기 위해 음악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아직 어린 고등학생이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통해 그 숭고한 일을 한다는 것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우리 사회 누군가 이런 아름다운 일을 찾아 하는 사람이 있어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그분들의 마음과 넋이 위로받는 것이다.

로이 김은 장진호 전투 프로젝트 기획과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미디어 출연 및 인터뷰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 왔으며 직접 웹 사이트를 만들어 1000여 명의 참전용사를 디지털 추모관에 등록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CBS 뉴스와 폭스11(VHRTM TV)에도 소개되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장진호 영웅들을 기리는 로이 김 자선음악회에 앞서 상영된 장진호 전투 영상.

장진호 영웅들을 기리는 로이 김 자선음악회에 앞서 상영된 장진호 전투 영상.

선곡 속으로 들어가 본다.

01, R. Schumann(1810~1856) Widmung 헌정, Op. 25, No.1을 선사했다. 슈만이 클라라에게 헌정한, 슈만의 깊은 사랑이 표현된 곡으로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 나의 환희, 나의 고통”과 같은 가사를 통해 감정을 표현한다. 미르테의 꽃이라고도 하는데 미르테는 낭만주의 시대에 사랑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은매화를 말한다. 로이 김은 곡을 훌륭하게 해석하여 들려주었다. 절제된 목소리가 맑고 생기로워 흠뻑 빠져들었다. 첼로 연주도 수준급이었다.

02, J. Massenet(1842~1912) Elegie 비가, 오페라 타이스. 마농으로 유명한 쥘 마스네의 곡으로 섬세하고 감성적인 표현으로 마음을 적셔 브라보!

03, C. W. Gluck(1714~1787) O del mio dolce ardor 나의 달콤한 사랑. 마리 앙투아네트의 음악 교사로도 유명한 글룩의 곡을 로이 김은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이입, 달콤하게 들려주었다.

04, V. Bellini(1801~1835) Per pieta, bell'idol mio 아름다운 나의 우상이여.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과 로이 김의 서정적인 목소리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 <사랑의 묘약>에서 데몰리노의 ‘시냇물에게 물어봐요’처럼 서정적이며 시적인 표현들이 감미로웠다.

05, R. Leoncavallo(1857~1919) Zaza, piccola zingara 자자, 작은 집시 소녀. 애정하는 곡은 아니지만, 고음 처리에서도 여유를 두고 아주 편안하게 잘 불러준 곡이다. 아,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달콤함 뒤 의무를 생각해야 한다네.

06, G. Donizetti(1797~1843) Quanto e bella, quanto e cara(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아디나를 흠모하는 네모리노가 부른 ‘아, 어쩌면 저토록 아름다운가’. 사랑에 빠진 네모리노의 감정을 부드러운 바람이 터치하는 듯한 목소리에 반했다. 연신 브라보!

07. S. Barber(1910~1981) Outsie This House(오페라 Vanessa 아리아 중). 현을 위한 아다지오와 더불어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바네사는 20년 전 떠난 남자 아나톨을 기다리는데 자신의 늙어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집안의 거울을 모두 가린다. 돌아온 남자는 아나톨이 아니다. 그는 죽고 그의 아들이 등장한다. 조카 에리카와 사랑에 빠진 젊은 아나톨, 세상은 변하고 아나톨은 에리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데 바네사의 기다림은 어쩌나요. 사랑이 영원하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지. 절절한 사랑 고백을 강물 위를 떠가는 작은 배가 움직이며 내는 물결 소리처럼 흐르는 목소리가 마음을 휘감는다.

08. J. Brahms(1833~1897) Die Mainacht 5월의 밤. 아, 감미로워라. “무성한 덤불 속에서 은색의 달이 빛을 내고 있을 때” 미성처럼 다가오는 호수의 별빛처럼 영롱한 목소리에 감탄한다. 꽃들의 향기 사랑이 되어 다가오는 오월의 밤은 얼마나 신선한가. 사랑에 빠진 사람의 특징은 나무 한 그루도 아름답기만 하지. 예의 바르고 겸손이 몸에 밴 로이 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다비드 포퍼의 Hungarian Rhapsody, Op, 68, 이수인 가곡 ‘내 마음의 강물’도 초가을 음악에 갈급한 마음을 터치했다. 맑고 풋풋한 목소리로 객석을 매료시킨 로이 김의 음악적 재능이 돋보인 데다 역사와 미래를 생각하는 속 깊은 마음까지 느낄 수 있어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1950년 혹한 속에서 자유를 위해 희생한 젊은 병사들의 장진호 전투를 되새기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떠올려 본다. 음악은 말로 다 전하지 못한 감정을 마음으로 전하는 언어다. 로이 김이 음악으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이 뜻깊은 여정에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최연숙 시인

로이 김 음악회가 열린 JCC아트센터.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로이 김 음악회가 열린 JCC아트센터.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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