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도 쓴다는데"…PX 품절대란 '달팽이크림' 원료 만든 회사 정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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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방문한 충북 오송에 있는 코씨드바이오팜 생산공장에 화장품이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0일 방문한 충북 오송에 있는 코씨드바이오팜 생산공장에 화장품이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한때 군 장병들 사이에서 가족이나 연인에게 사다줄 선물 1순위로 통했던 ‘달팽이크림’. 피부 탄력 개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달팽이 점액 성분이 들어간 데다 제품을 시중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군 마트(PX)에서 늘 품절 대란을 일으키던 화장품이다.

이 제품의 핵심 원료인 ‘뮤신’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기업이 바로 국내 달팽이 점액 화장품 원료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85%를 기록하고 있는 코씨드바이오팜이다.

지난 20일 방문한 충북 오송에 있는 코씨드바이오팜 생산공장 내부에 화장품 원료를 생산하는 탱크가 들어서 있다./사진=코씨드바이오팜 제공

지난 20일 방문한 충북 오송에 있는 코씨드바이오팜 생산공장 내부에 화장품 원료를 생산하는 탱크가 들어서 있다./사진=코씨드바이오팜 제공

지난 20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자리한 코씨드바이오팜 오송공장을 찾았다. 건물 2층 견학로에서 생산시설이 가동 중인 1층을 내려다보니 화장품 원료를 제조하는 5t(톤) 규모 대형 은색 탱크 세 대가 나란히 들어서 있었다. 이곳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화장품 원료만 20t의 대부분이 이 회사의 핵심 먹거리인 뮤신이다.

뮤신은 달팽이가 이동할 때 분비되는 점액의 핵심 성분을 말한다. 수분을 머금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하는 특성 덕분에 달팽이크림뿐 아니라 마스크팩, 에센스 등 보습과 탄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 원료로 폭넓게 활용된다.

코씨드바이오팜이 운영하는 달팽이 농장에서 키우는 달팽이./사진=박수림 기자

코씨드바이오팜이 운영하는 달팽이 농장에서 키우는 달팽이./사진=박수림 기자

코씨드바이오팜은 2011년 국내 최초로 달팽이 점액 여과물을 개발해 특허를 확보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원료 생산의 출발점부터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 달팽이 농장도 직접 운영 중이다. 생후 6개월이 지난 달팽이로부터 점액을 수득한 후 세포 시험, 인체 적용 시험, 3차원 피부 구조 모델링을 기반으로 효능을 시각화해 평가하는 오가노이드 평가 등 자체 검증 시스템을 거쳐 기능성 원료로 만들어낸다.

이렇게 생산된 원료는 등 국내 주요 화장품 제조 기업은 물론 로레알 등 글로벌 뷰티 기업에도 공급된다. 박성민 코씨드바이오팜 대표는 “현재 국내 달팽이 화장품 원료 시장에서 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원료를 활용해 만들어진 화장품이 현재까지 1억3000만병이 넘는다”고 귀띔했다.

외신에서도 이 기술을 주목할 정도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CNN이 코씨드바이오팜의 생산 기술과 공정을 취재해 갔으며 오는 30일 K뷰티 대표 사례로 소개될 예정이다.

지난 20일 방문한 충북 오송에 있는 코씨드바이오팜 생산공장에서 박성민 코씨드바이오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코씨드바이오팜 제공

지난 20일 방문한 충북 오송에 있는 코씨드바이오팜 생산공장에서 박성민 코씨드바이오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코씨드바이오팜 제공

코씨드바이오팜의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표는 2006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충청대학교 내 작은 사무실에서 단돈 1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고품질 화장품 원료를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꾸준히 독자적 원료 개발에만 매달린 끝에 현재는 전 직원의 약 40%가 연구·개발(R&D) 인력으로 구성된 연구 중심 기업으로 성장했다. 주력 원료인 뮤신을 비롯해 PDRN, 엑소좀 등 최근 K뷰티 트렌드를 이끄는 인기 성분들을 천연 소재 기반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회사가 지금까지 확보한 특허만 180여 건에 달한다. 특히 2020년에는 영지버섯을 활용한 피부 진정용 화장품 원료를 개발해 프랑스의 유명 원료 기업과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현재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 28개국에 화장품 원료를 수출하고 있다.

회사는 원료 개발부터 안전성 평가, 완제품 생산, 마케팅까지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자체 공급망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원료 개발은 코씨드바이오팜이 맡고, 계열사를 통해 효능 평가와 제품 생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지난 20일 방문한 충북 오송에 있는 코씨드바이오팜 생산공장에서 박진희 낫씨백 본부장이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0일 방문한 충북 오송에 있는 코씨드바이오팜 생산공장에서 박진희 낫씨백 본부장이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선보인 자체 화장품 브랜드 ‘낫씨백(Not See Back)’을 집중 육성해 소비자 접점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패키지 전면에 핵심 성분과 효능을 직관적으로 담아 소비자가 제품 특징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기획한 점이 특징이다.

자체 브랜드를 출시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그간 마케팅에 나서지 않았던 배경에는 기존 고객사와의 이해관계가 있다. 주요 고객사가 화장품 브랜드인 만큼 자체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거래처와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진희 코씨드바이오팜 낫씨백 본부장은 “주력 사업이 B2B(기업간거래)이다 보니 자체 브랜드를 강하게 키우면 기존 거래처가 경쟁사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며 “그럼에도 현재 유럽을 포함해 해외 8개국에서 수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B2B와 B2C 간 균형을 맞추며 해외 시장 중심으로 마케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과 해외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2029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2030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원료 공급을 넘어 자체 브랜드 경쟁력까지 갖춘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코씨드바이오팜은 단순한 원료 기업이 아니라 소재 연구부터 브랜드 운영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글로벌 바이오·뷰티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독자적인 원천 기술과 연구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원료와 브랜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충북)=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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