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부터 부시까지…美 경제황금기 이끈 'Fed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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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부터 부시까지…美 경제황금기 이끈 'Fed의 전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미국의 장기 호황을 이끌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정책 결정자로 평가받는다. 다른 한편에선 2008년 금융위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192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그린스펀 전 의장은 어릴 때부터 숫자 감각이 뛰어났다. 철도 시간표와 야구 통계자료 등을 좋아했다.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월스트리트 투자은행과 연구소 등에서 주식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통계에 대한 전문지식을 활용해 1955년부터 1987년까지 뉴욕의 경제컨설팅사 ‘타운센드-그린스펀’의 회장으로 재직했다.

Fed에 합류한 시기는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인플레 파이터’였던 폴 볼커 Fed 의장의 후임으로 그린스펀을 지명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의 영향력을 낙관했다. 급격한 기술 변화가 공식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방식으로 경제의 성장 여력을 더 키우고 있으며 따라서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케빈 워시 Fed 의장이 인공지능(AI)의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그린스펀 전 의장의 시각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2000년에 금리를 여러 차례 올렸지만, 너무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는 그가 “거품이 터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후에 혼란을 정리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분리하는 글래스-스티걸법과 같은 규제에 반대한 것이 주택금융 파생상품 시장의 거품을 키워 2008년 금융위기로 연결됐다는 비판도 많다.

그린스펀 본인도 의회 청문회에서 자신이 규제 반대에 대해 ‘부분적으로 잘못 판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대부분 전문가가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고 통화정책으로 위기를 막기는 어려웠다는 옹호론도 있다.

한때 재무장관이 되려고 하기도 했으나 중앙은행 수장이 된 이후에는 조지 HW 부시 행정부의 금리 인하 압력을 방어하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켰다. 자유방임주의적인 태도를 유지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시장에 발 빠르게 개입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1996년 증시 거품을 경고하며 그가 사용한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표현은 이후 비슷한 상황을 가리키는 관용어로 굳어졌다.

레이건 대통령에 이어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잇달아 그를 Fed 의장으로 계속 유임시키면서 Fed 의장으로 5차례 지명되는 기록을 세웠다. 퇴임 후에는 그린스펀어소시에이츠라는 경제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2007년 <난기류의 시대: 새로운 세계에서의 모험>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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