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제압당한 모로코 이민자 사망…이탈리아 ‘反이민’ 역풍 맞나

3 hours ago 6

20일 이탈리아 볼로냐 외곽에서 경찰이 모로코 출신 이민자 압데라힘 파키르 씨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제압하고 있다. 파키르 씨가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결국 그가 숨지자 이탈리아 전역에서 당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 X

20일 이탈리아 볼로냐 외곽에서 경찰이 모로코 출신 이민자 압데라힘 파키르 씨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제압하고 있다. 파키르 씨가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결국 그가 숨지자 이탈리아 전역에서 당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 X
이탈리아에서 모로코 출신 이민자 남성이 경찰 체포 과정에서 숨지자 과잉 진압과 인종 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또 연일 항의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걍경 보수포 분류되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현 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반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분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이탈리아를 넘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유럽 주요국의 이민자 사회까지 자극하며 미국에서 반인종주의 시위를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처럼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로코 출신 압데라힘 파키르(42)는 20일 이탈리아 볼로냐 외곽지역에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 숨졌다. 당시 경찰관 두 명은 파키르가 난동을 부리며 차량을 파손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그를 제압했다. X 등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현장 영상에서 파키르는 바닥에 엎드린 채 “도와달라”,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친 뒤 서서히 움직임을 멈췄다. 이탈리아 언론들에 따르면 경찰은 체포에 반발한 그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고 수갑을 채웠다. 파키르의 영주권 취득을 도왔던 바르바라 스피넬리 변호사는 “그가 합법적인 체류자였는지, 좋은 사람이었는지를 따지는 건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했다.

파키르가 숨진 다음 날부터 볼로냐에선 경찰을 비판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자전거로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병과 의자를 던지는 등 과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와 충돌이 발생해 경찰관 64명이 다치고, 경찰차 6대가 불에 타거나 손상됐다. 시위 장소 인근 상점과 은행의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 주변 피해도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건은 세계적인 반인종주의 시위를 촉발한 미국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유럽 버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멜로니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반이민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멜로니 정부는 지중해에서 구조한 불법 이주민을 자국이 아닌 알바니아로 보내 송환을 진행하는 등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추진해왔다.

멜로니 총리는 “편견도 관용도 없이 끝까지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다만 이 사건을 구실로 경찰을 공격한 사람들은 진실이 아니라 충돌을 원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