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로코 출신 압데라힘 파키르(42)는 20일 이탈리아 볼로냐 외곽지역에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 숨졌다. 당시 경찰관 두 명은 파키르가 난동을 부리며 차량을 파손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그를 제압했다. X 등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현장 영상에서 파키르는 바닥에 엎드린 채 “도와달라”,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친 뒤 서서히 움직임을 멈췄다. 이탈리아 언론들에 따르면 경찰은 체포에 반발한 그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고 수갑을 채웠다. 파키르의 영주권 취득을 도왔던 바르바라 스피넬리 변호사는 “그가 합법적인 체류자였는지, 좋은 사람이었는지를 따지는 건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했다.
파키르가 숨진 다음 날부터 볼로냐에선 경찰을 비판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자전거로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병과 의자를 던지는 등 과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와 충돌이 발생해 경찰관 64명이 다치고, 경찰차 6대가 불에 타거나 손상됐다. 시위 장소 인근 상점과 은행의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 주변 피해도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건은 세계적인 반인종주의 시위를 촉발한 미국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유럽 버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멜로니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반이민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멜로니 정부는 지중해에서 구조한 불법 이주민을 자국이 아닌 알바니아로 보내 송환을 진행하는 등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추진해왔다.멜로니 총리는 “편견도 관용도 없이 끝까지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다만 이 사건을 구실로 경찰을 공격한 사람들은 진실이 아니라 충돌을 원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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