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에서 힘들게 벌어 내돈내사"…미녀 골퍼의 변신 [본캐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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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애 메르베이(MERBEI) 대표 인터뷰.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안신애 메르베이(MERBEI) 대표 인터뷰.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이름만 빌려주고, 모델만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듣는데, '내돈내사'(내 돈, 내 사업)입니다. 제가 땡볕에서 땀 흘리고, 비 맞고, 피땀눈물 흘려가며 모은 돈으로 하는 거예요.(웃음)"

'필드 위의 여신', '미녀 골퍼' 안신애라는 이름 석 자 앞에 따라오던 타이틀이다. 2009년 프로골퍼 데뷔 때부터 뛰어난 미모로 주목받았던 그는 그해 신인상까지 거머쥐며 실력까지 입증했다. 이듬 해엔 상금랭킹 3위를 차지했고, 2015년엔 이수그룹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독보적인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엔 JLPGA까지 진출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했다.

그런 안신애가 은퇴 후 1년 만에 알려온 근황은 화장품 브랜드 '메르베이'(MERBEI) 론칭이었다. 안신애는 "자외선 노출이 잦은 선수 시절부터 피부 건강 고민을 많이 하다가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고민을 시작한 건 몇 년 됐고,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1년 정도인데, 그 과정은 눈물 없인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전하며 웃었다.

"시작할 때부터 그냥 얼굴만 내밀고 지분만 투자하기보다는 제대로 하고 싶었어요. 제가 골프 외엔 아는 게 없더라고요. 이 세상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저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더 나이가 들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생긴다면 사업을 도전하기가 더 힘들 거 같더라고요."

데뷔 때부터 주목받았고,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던 안신애였다. 하지만 2020년 일본 투어 상반기 전 경기 출전권을 따 놓고도 코로나19로 발이 묶이면서 안신애 골프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그는 "사실상 그때 은퇴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일본에 갈 수 없는 시간 동안 앞으로 뭘 할까를 고민했죠. 어릴 때부터 패션이나 뷰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때 화장품 사업을 해볼까 생각이 든 거죠. 3~4년 동안 다음 진로를 고민하다가 '마지막으로 다시 투어에 나가보자'고 해서 나간 게 작년이에요.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골프를 마무리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원 없이 골프를 쳤고, 다 끝낸 후 12월에 사무실부터 계약했죠."

"주저하다간 아무 것도 못 할 거 같으니,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사무실 임대 계약부터 했지만, 막상 "뭘 해야 할 지 아무것도 몰랐다"는 안신애였다. 그는 "일단 매일 출근해 봤다"면서 "그 후 제조사를 찾아보고, 지금의 제조사를 만나 열심히 공부하며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화장품 사업도 결국 스포츠처럼 몸으로 하는 일이었다"며 "각 성분의 특성을 말과 글로 배워도 발림성, 향, 텍스처 등은 직접 겪어봐야 해서 하루에 세수를 10번 넘게 하며 테스트했다. 예민한 피부라 개인적으로 힘들었지만, 즉각 반응이 와서 테스트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더라"면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안신애 메르베이(MERBEI) 대표 인터뷰.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안신애 메르베이(MERBEI) 대표 인터뷰.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메르베이라는 이름부터 제품 기획과 개발은 물론 용기 디자인과 홈페이지의 장바구니 아이콘까지 안신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안신애는 브랜드 이름에 대해 "경이롭다, 아름답다, 빛이 난다 이런 좋은 의미를 많이 가진 프랑스어인데, 어릴 때부터 이 단어가 너무 좋았다"며 "사실 에르메스 향수 이름으로 먼저 검색이 돼서 망설였는데, 이 단어가 포기가 안됐다. 표기법을 달리한 후 브랜드 이름으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마케팅, 회계, MD를 담당하는 각각의 담당자와 모델에 대표를 담당하는 안신애까지 4인의 단출한 인력이지만 그가 종횡무진 활동한 덕분에 론칭까지 이어졌다.

안신애는 "이렇게 복잡한 작업인 줄 몰랐지만, 그래도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었다"며 "매일 사람 만나고, 확인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느라 '내 몸이 3개 정도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2000번 정도 한 거 같다"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매 순간 힘들지 않았던 시간이 없었어요. 운동할 땐 루틴대로 움직이니 시간에 쫓겨본 적이 없는데, 제 마음대로 되지 않은 일들도 많더라고요. 공장에서 물건이 나와야 하는데, 오기로 한 원료가 갑자기 입고가 안 된다거나. 이런 돌발 상황이 이어져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어요. 제 주변 사람들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무지하고 몰라 불편하지 않을까 더 살폈던 거 같아요."

애정하고, 좋아하고, 예쁜 것만 담아 세상에 내보인 그의 브랜드 메르베이다. 안신애는 제품이 처음 나왔던 순간을 출산의 기쁨에 비유했다.

"아이가 없어서 그 감정을 단정할 순 없지만, 반려동물만 키우더라도 '우리 강아지 예쁘지' 하고 자랑하고 싶은 감정이 나오잖아요. 소중한 뭔가가 탄생한 거라 빨리 알리고 싶고, 써보라고 하고 싶고. 요즘 그래서 '우리 애 좀 보라'고 자랑하는 재미로 살아요.(웃음)"

온라인 반응을 살피고, 타사 동향을 살피느라 바빴다는 그에게 "골프는 언제 치는 거냐"고 묻자 "솔직히 지금은 칠 수 없다"면서 "두 일을 병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왜 골프는 안 하냐, 골프 레슨이나 방송 쪽 일은 안 하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면서 "골프를 하다 은퇴한 사람 중 이 길을 택한 사람이 제가 처음이라 이런 질문들을 주시는 거 같은데, 저의 후배들은 이런 말을 듣지 않도록 열심히 해보겠다"면서 사업가로서 포부를 드러냈다.

"저는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내가 조금 더 알고 있다고 해서 뭔가 '이렇게 해라' 말하는 게 조심스럽고요. 그것보다는 새로운 걸 습득하는 게 재밌어요. 그래서 지금도 즐겁고 재밌어요."

안신애 메르베이(MERBEI) 대표 인터뷰.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안신애 메르베이(MERBEI) 대표 인터뷰.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에센스와 세럼, 크림과 폼클렌저, 선크림 등 기초 화장품 5종 세트를 출시하며 치열한 뷰티 업계에 출사표를 던진 안신애다. 그에게 경쟁 제품과 차별점을 묻자 망설임 없이 "우리 제품은 기미 개선 효과가 있다. 선크림의 경우 임상실험을 통해 확인된 수치가 15% 정도"라며 망설임 없이 답하며 "앞으로도 기초 제품에 충실한 브랜드로 키워나갈 것"이라며 '대표님'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그와 더불어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제가 쓰고, 제 피부가 좋아질 수 있는 좋은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한 단계씩 밟아가고 싶어요. 1등이 되려고 하는 삶은 싫더라고요. 경쟁하는 게 즐겁지 않아요. 1등이 아니라 잘하고 싶어요. 그냥 소신껏 열심히 해보려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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