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가 깬 고정관념…미국도 AI 전방위 투자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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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IC 2025]
오크퍼시픽인베 조셉 챈 회장·제임스 리우 대표 인터뷰
中 최대 SNS 런런 창업가에서 투자자로 변신
"중국은 엔지니어링과 최적화에서 경쟁력 탁월"
"AI 인프라 양극화…투자 절호의 기회"
리우 대표 5월29일 GAIC 연사로 나서

  • 등록 2025-04-10 오후 2:58:49

    수정 2025-04-10 오후 2:58:49

[이데일리 마켓in 권소현 기자] 중국 명문 칭화대 졸업생들이 만든 네트워킹 서비스, 훗날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성장한다. 런런(Ren Ren) 얘기다.

설립 과정을 보면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 시작했던 페이스북과 닮아있어 ‘중국판 페이스북’으로 불렸다. 한창 전성기였던 2012년 런런의 월간 활성이용자수(MAU)는 5000만명에 달했다. 2011년 중국 SNS로는 최초로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렇게 창업 신화를 함께 쓴 조셉 첸과 제임스 리우는 2017년 투자자로 변신해 오크 퍼시픽 인베스트먼트(OPI)를 설립했다. 제2의 ‘런런 신화’를 만들어낼 기업들 발굴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특히 인공지능(AI)에 주목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기술혁신일 것이란 믿음에서다.

거대한 혁신 AI…하드웨어가 핵심

조셉 챈 OPI 회장은 “AI가 앞으로 수십년 안에 전세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100배까지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닷컴 버블과 달리, AI는 기존 산업을 디지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AI 혁신의 초기 승자는 하드웨어 기업이라고 진단했다. 챈 회장은 “닷컴 시대에도 시스코, 루슨트 같은 인프라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다 버블 붕괴를 맞았지만 이후 아마존과 구글 등 1조달러 규모로 성장한 기업들이 나왔다”며 “이번 AI 혁신에서는 현재까지 가장 많은 가치를 흡수하고 있는 곳이 반도체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AI용 반도체 제조사인 엔비디아의 경우 거품론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성장여력이 높다는게 챈 회장의 판단이다. 실제 엔비디아의 2025년 회계연도 매출은 약 1000억~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년도 609억달러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하드웨어와 달리 AI 소프트웨어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딥시크가 훨씬 적은 자본으로 오픈AI를 빠르게 따라잡으면서 이를 증명했다.

챈 회장은 “이는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와도 비슷한데 결국 하드웨어, 즉 두뇌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며 “AI에서도 하드웨어가 기능 구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챈 회장은 향후 테슬라 같은 기업이 로봇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 역시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이라며 “AI 가치사슬이 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제임스 리우 OPI 대표는 하드웨어가 AI 생태계 내애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실제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생셩형 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지난해 37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16억달러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해 매출은 127억달러로 껑충 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 코딩 도구인 커서(Cursor)를 개발한 애니스피어도 직원 20명으로 2년 만에 연 매출 1억달러를 달성했다.

리우 대표는 “소프트웨어 부문은 진입장벽이 다소 낮아 보일 수 있지만 매출을 내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을 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기술 디커플링…AI 인프라 양극화

이들은 최근 중국 AI 기업인 딥시크가 파란을 일으킨 것을 지켜보면서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리우 대표는 “중국은 인터넷이나 TCP/IP 같은 핵심 프로토콜을 만든 나라는 아니지만 인터넷이 본격 확산하던 시기에 이를 응용하고 엔지니어링하는 데 있어 상당히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며 “이후 텐센트나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중국에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엔지니어링’과 ‘최적화’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데 딥시크는 이러한 역량을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자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도 트랜스포머 모델을 기반으로 혁신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 딥시크나 마누스 같은 AI 혁신이 더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바이두나 알리바바도 AI 최적화 성과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글로벌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첸 회장은 앞으로 미국과 중국간 기술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면서 AI 인프라 양극화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AI 생태계를 상당히 효과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는 만큼, 미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재와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때 미국이 AI 경쟁에서 무난하게 이길 것으로 믿었지만 딥시크의 성과를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제는 미국도 반도체 제조부터 대형 언어 모델(LLM) 개발까지, 전방위적으로 아래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초기 단계의 AI 인프라, 그리고 소프트웨어 벤처에 투자하기에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미래 비전과 유연한 사고 갖춘 창업가 중요

창업가 출신인 챈 회장과 류 대표가 투자대상을 고르는 기준은 역시 창업가다.

리우 대표는 “창업가의 여정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 단게에서 유망한 창업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상당한 열정을 갖고 있다”며 “강한 미래 비전을 갖춘 동시에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정신적 탄력성을 갖춘 창업가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에너지와 열정, 끈기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챈 회장은 창업가들에게 두가지 조언을 건넸다. 첫번째는 창업팀을 구성할 때 서로 보완적인 강점을 지닌 파트너와 함께 하라는 것, 두번째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사람과 팀을 꾸리라는 것이다. 그는 “서로 다른 강점과 장기간 쌓아온 신뢰는 탄탄한 스타트업 팀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리우 대표는 5월29일 서울 더플라자에서 열리는 글로벌대체투자컨퍼런스(GAIC) 2025에서 연사로 나서 창업가로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트럼프 2.0 시대에 투자 인사이트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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