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부 팔린 소설, 오디오북 나와
유명 성우 참여, 효과음이 몰입 높여
1편 1장. 악마의 힘에 도취된 교주가 피의 공양제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안개에 휩싸인 회당, 횃불을 들고 도열한 승려들, 발 묶인 송아지 한 마리. 인상적인 장면들이 잇달아 나왔다. 이윽고 한 승려가 칼을 휘두르자 송아지 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눈을 감고 들으니 성우가 읊어주는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재생됐다. ‘둥둥둥’ 북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렸고, 쇳소리가 간간이 들리며 신경을 긁었다. 어느새 더위가 싹 가셨다. 서사에 강점이 있는 소설인 만큼 오디오북으로 들을 때도 속도감이 느껴졌다. 오디오북 특성상 원작에 있던 상세한 주석은 생략됐다. 박 신부가 다섯 호법을 처음 대면하는 장면까지 들었을 때 열차는 광화문역에 들어섰다. ‘퇴마 세계관’에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1994년 처음 출간돼 누적 판매 부수 1000만 부를 기록한 국내 장르문학의 전설 ‘퇴마록’이 8일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으로 나왔다. 이용자가 매긴 평균 별점은 5점 만점에 4.9점.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정대만 역을 맡은 장민혁 성우가 내레이션을 맡은 것도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이용자 가운데 40대 남성 비율이 21.9%로 가장 높은 것도 특징이다. 밀리의 서재 전체 오디오북 40대 남성 이용자 비율은 15.7%로, 40대 여성과 30대 여성에 이어 3번째인 것에 비해 높다. 올해 2월 극장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퇴마록’ 역시 오래된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관객 50만 명을 모았다. 전체관람가가 아닌 성인 타깃 국내 에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밀리의 서재 측은 “1990년대 중반 당시 10대 후반∼20대 초반이던 독자들이 지금 40대”라며 “이들 독자에게 ‘퇴마록’은 학창 시절 푹 빠져 읽었던 추억의 작품이고, 작품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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