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용성 김경은 기자] 올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당국이 시동을 건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대표적 가치주로 평가받는 5개 종목이 추가 편입됐다. 지난 9월 발표된 이후 주요 종목들이 지수에 빠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금융·통신주 등을 편입하면서 예외적으로 ‘특별 리밸런싱’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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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하나금융·현대모비스·SKT·KT 추가 편입
16일 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대한 특별 리밸런싱을 진행, 기존 100개 종목에서 △KB금융 △하나금융지주 △현대모비스 △SK텔레콤 △KT 등 5개 종목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지수 편입 기대감에도 주식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날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0.47%, 1.34% 하락했고, 현대모비스는 2.66% 떨어졌다. SK텔레콤은 0.35% 강보합세로 마감하고, KT는 3.57% 오르는 등 혼조세로 마감했다. 뒤늦게나마 시장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밸류업 정책 기대감은 탄핵 정국 등으로 사그라든 모양새다.
내년 6월 정기 변경까지 유지되고, 이후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기업과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기업 등을 편출해 다시 100개 종목을 유지할 방침이다. 정기변경 이전까지는 추가적인 특별 변경은 없고, 첫 정기심사부터는 최소 편입 요건을 충족하는 ‘밸류업 표창 기업’에 대해 특례 편입이 실시된다. 아울러 정기변경부터 적용되는 ‘공시기업 우대제도’를 통해 편입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체로 거래소가 뒤늦게나마 시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긍정적 평가를 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애초 9월 밸류업 지수가 처음 발표됐을 때 포함되었어야 할 종목들이 뒤늦게라도 편입된 것은 다행”이라면서 “앞으로는 당국에서 기계적인 판단보다는 정량적으로 분석한 후, 정성적인 평가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는 적자기업이 편입됐고, 가치주로 평가되는 KB금융 등이 편입되지 않은 반면 주주 친화적 기업과 거리가 먼 종목들이 대거 편입돼 논란이 나왔다.
밸류업 지수 편입에 따른 수급개선 기대감을 위해 거래소는 3000억원 규모 2차 밸류업 펀드 조성 및 집행도 빠른 속도로 진행한단 계획이다.
거래소와 유관기관 등은 지난달 2000억원 규모의 1차 기업 밸류업 펀드를 조성했고, 지난주 유관기관 약정액 1000억원의 투자 집행을 모두 완료했다. 20일 펀드 조성 약정을 체결하고, 연내 유관기관 약정액 1500억원을 순차 집행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통상 납입된 후 늦어도 익일에 매입한다”며 “민간 매칭 자금 300억원도 연내 조기 집행해 증시 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내 주요기업 16곳 사장단이 민주당의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한국경제 재도약 위한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안 밸류업 동력 상실…상법 연내 손본다는 野
밸류업 지수 리밸런싱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국 불안과 유인책으로 제시된 세법개정안 무산 등으로 밸류업 정책 추진 동력은 상당 부분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젝트 대안으로 상법 개정안 연내 통과를 내걸고 있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거부권 행사가 불투명해진 만큼 야당의 상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야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실질적 대안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권리 보호라는 시각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여당과 명분싸움이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예정됐던 토론회를 이르면 오는 19일 재추진한 뒤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열어 연내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민주당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젝트의 대항으로 ‘코리아 부스터업 프로젝트’를 내놨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개정안 주요 내용은 △이사회의 직무 충실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로 넓히는 ‘이사 충실 의무 확대’ △지분을 3% 넘게 보유한 주주의 이사 선임 의결권을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및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등이다.
재계는 이사 충실 의무가 일반 주주까지 확대된다면 여러 경영적 판단이 있을 때마다 고소·고발이 일어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의 각종 경영현안에 대해 ‘충실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 남발을 우려한다. 이에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등 16개 그룹 사장단은 지난달 긴급성명을 낸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전체 기업이 아닌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기업의 합병·분할 시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시 공모주의 20%를 모회사 주주에게 배정하는 등의 ‘핀셋 규제’안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낮출 것으로 기대했으나 민주당은 “임시방편에 불과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