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알 -아와디(Sarah al-Awady)는 2024년 10월 22일 새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앙의 한 난민 캠프에 있는 가족의 텐트 안에서 이스라엘 무인기(드론)에 장착된 소총에서 발사된 총알에 머리를 맞았다고 말했다.
“갑자기 머리에 쇠막대기 같은 것에 맞은 것 같은 통증이 왔어요.” 18세 가자 주민이 미국 CBS 뉴스에 말했다. 공포에 질린 가족은 그녀를 업고 인근 병원으로 급히 달려갔다.
이스라엘 군은 민간인을 수용한 난민 캠프에서 드론의 공격으로 총상을 입었다는 소녀의 주장을 확인해달라는 CBS의 요청에 보안상의 이유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여가 지난 그곳엔 모든 것이 부족했다. 의사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그들은 총알이 알-아와디의 오른쪽 눈 뒤쪽 두개골에 박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제거할 능력이 없었다.
그녀는 가자지구 의사들로부터 더는 해줄 게 없다는 절망적인 말을 들었다. 하지만 병원에 머물기를 고집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병원에 있는 것이 상처 입은 눈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머리의 극심한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 진통제에 의지했다. 하지만 캄캄한 앞길을 밝혀줄 빛은 보이지 않았다.
11월 초, 알-아와디는 가자지구 남부에 있는 유럽 병원(European Hospital)을 방문한 자원봉사 의료팀에게 진찰을 받았다. 한 이집트인 의사는 베테랑 안과 전문의인 자신의 아버지에게 알-아와디의 눈을 치료할 방법이 있을지 의학적 의견을 구했다. 그의 아버지는 매일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며 도울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이집트에서 가자 지구로 갈 방법이 없었다.안과 의사의 아들은 이집트로 돌아갔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꽉 쥐고 있던 알-아와디의 손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오른쪽 눈의 시력을 영구히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점점 커졌다.알-아와다의 머리에 총알이 박힌 지 약 3개월 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정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침내 돌파구가 열렸다.
협정은 2024년 1월19일 발효되었다. 알-아와디는 도시 곳곳이 무너진 가자 북부에 있는 가족의 집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그녀의 집은 폭격에서 살아남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 후인 2월 8일 저녁,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화가 왔다. 다음날 이집트로 떠나게 됐다는 가슴 벅찬 소식이었다.
“전기가 없어서 촛불을 켜고 짐을 챙겼어요.”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다음날 이집트에 도착했다. 이집트 지중해 연안 도시 포트사이드에 머물던 그녀는 이집트인 안과 의사 무함마드 타우픽 박사가 근무하는 병원이 있는 알샤르키아 주로 옮겼다. 자원봉사 의료팀의 일원으로 가자 병원을 방문한 아들이 의학적 조언을 구했던 바로 그 안과 의사였다.안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팀을 이뤄 알-아와디의 시신경 바로 옆에 몇 달 동안 박혀있는 총알을 제거할 가장 좋은 방법에 관해 논의했다.
의료진은 시신경을 피해 총알을 제거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찾기 위해 가상 모의 수술을 수 차례 반복했다.
“총알은 환자에겐 가장 좋은 위치에 박혔지만 의료진에겐 최악인 곳에 있었다”라고 한 의사가 말했다. “어느 방향으로든 총알이 1mm만 움직였더라도 치명적인 피해를 피하지 못 했을 것”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의사들은 알-아와디의 뇌 손상을 피하기 위해 눈구멍을 통해 총알에 도달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데 동의했다.
타우픽 박사는 그녀에게 성공 확률은 50%이고 내부 출혈 위험이 있으며 시력이 심하게 손상되거나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고 직접 설명해 줬다.
“저는 울었어요, 너무너무 무서웠지만 신께 기도를 하고 위험을 감수했습니다”라고 알-아와디가 말했다.
그녀는 의료진의 세심한 배려 덕에 안정된 심리 상태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수술은 지난 주 이뤄졌다. 고난도 수술이었지만 비교적 성공적으로 끝났다.
타우픽 박사는 그녀의 뇌에 박힌 총알이 시간이 지나면서 녹슬어 감염과 농양(고름)이 생긴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3시간 후 눈을 떠 보니 신께 감사하게도 모든 게 잘 됐다고 하더라고요. 다시 울기 시작했어요.”
총알을 제거했지만 아직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녀는 매우 안정적이며 약을 먹고 나아지고 있다. 목표는 첫째, 감염으로 인한 고통을 끝내는 것이고, 둘째 그녀의 현재 시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망막 박리를 치료한 후에 그녀의 시력이 좋아지기를 바란다”라고 타우픽 박사가 말했다.
망막 박리는 망막이 안구 내벽으로부터 떨어져 뜨게 되는 질환이다. 망막이 뜨면 망막에 영양이 공급되지 않아 시세포의 기능이 점차 떨어진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망막이 영구적으로 위축되어 실명할 수 있다.
4개월 만에 총알을 빼냈지만 그녀의 시력이 사고 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순 없다. 하지만 이 정도 회복한 것도 기적에 가깝다.
그녀는 머릿속에 4개월 동안 박혀 있던 녹슨 총알을 “액자에 담아 보관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