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개시에 각국 엇갈린 행보
加 60조·EU 41조원 관세 맞불
中 "WTO규칙 위반, 조치할것"
멕시코·브라질 즉각 보복안해
내달 2일 상호관세 협상 주력
트럼프 "유연하게 대응할것"
협상 가능성 열어두며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할 때까지는 관세 부과와 관련해 '유연성(flexibility)'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시점까지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셈이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12일(현지시간) 시작된 가운데 주요 교역 상대국들은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다음달 2일에 초점을 맞춰 대응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캐나다·유럽연합(EU) 등은 즉각적인 반격에 나섰지만 멕시코·브라질 등은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을 진행하면서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질문에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이라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미국 자동차 업계 요청을 받아들여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분야 관세를 1개월간 유예한 사실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냐는 질의에 "나는 항상 유연성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번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유연성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표가 예고된 다음달 2일을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 캐나다·멕시코를 대상으로 관세 25%를 부과하면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한 달간 유예해줬는데, 이 같은 조치가 종료되는 날도 다음달 2일이다. 이날이 '트럼프 관세'의 '빅데이'인 셈이다. 사실상의 '협상 시한'을 받아든 주요국들은 각자 셈법에 따라 '보복'과 '순응' 사이에서 상반된 대응에 들어갔다.
우선 캐나다와 EU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관련해 보복 조치에 나섰다. 캐나다 정부는 13일부터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등 298억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 미국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펜타닐·불법이민 관세'에 대응해 시행했던 300억캐나다달러 규모 보복관세 조치와는 별개다.
이로써 캐나다는 도합 600억캐나다달러(약 60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매기고 있는 셈이다. 다만 당초 예고했던 1250억캐나다달러(약 125조원) 규모 추가 보복관세 시행은 4월 2일로 연기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다음달부터 두 단계에 걸쳐 총 260억유로(약 41조원) 규모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음달 1일 시행되는 EU의 보복관세 1단계 조처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도입했다가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중단한 '재균형 조치'다. 이에 따르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총 80억유로(약 12조원)에 상당하는 미국 제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추가 관세율은 품목별로 10~50%에 달한다.
다음달 13일부터 적용되는 2단계 조처는 총 180억유로(약 28조원) 규모 '미 공화당 민감 품목'을 표적으로 한다. 관세 인상 가능성이 있는 품목으로는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텃밭인 루이지애나주 주력 수출 제품인 대두를 비롯해 캔자스·네브래스카주의 소고기와 가금류 등이다.
EU의 보복 조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 돈의 전투(financial battle)에서 이길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중국도 대응 조치를 시사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모든 필요한 조치를 동원해 자국의 합법적 이익을 보호하겠다"며 "이러한 미국의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고 다자 간 무역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미(對美) 2·3위 철강 수출국인 멕시코와 브라질은 즉각적인 맞대응을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상응하는 조처를 즉시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가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역시 보복 조치에 신중한 입장이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