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 조용히 보내드리고 싶다"…'무빈소'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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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원 드는 3일장 대신…72%가 선택한 '이 장례'
스몰웨딩처럼 장례도 간소화…'정해진 형식' 탈피
무빈소·하루장 등 확산…상조회사 패키지 변화
"불효 아닌 선택"…간소화 장례 인식 개선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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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문화에 변화가 일고 있다. 빈소를 차리고 사흘 동안 조문객을 맞는 3일장 대신 무빈소 장례, 가족장, 하루장, 2일장처럼 고인과 유족의 상황에 맞춘 장례 방식이 선택지로 떠올랐다. 결혼식에서 스몰웨딩이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장례도 정해진 형식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빈소 장례나 2일장처럼 절차를 줄인 장례 문의가 늘고 있다. 장례비 부담과 조문 문화 변화가 맞물리면서 '남들처럼 3일장은 해야 한다'는 관행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 3일장 대신 무빈소·가족장…장례 방식 다양화

장례와 함께 인생의 대소사로 꼽히는 결혼식은 이미 변화를 겪었다. 과거 혼례는 예식장과 하객 규모뿐 아니라 예물, 예단, 함, 폐백 등 여러 절차를 갖춰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양가의 체면과 관행을 의식해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단과 폐백을 생략하거나 가족·지인만 초대하는 스몰웨딩을 택하는 사례가 늘었다. 정해진 절차보다 당사자의 형편과 뜻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결혼식 문화가 달라진 것이다.

장례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그동안 장례는 3일장이 사실상 표준처럼 여겨졌다.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하고 조문객을 받은 뒤 염습, 입관, 발인 절차를 거쳐 사흘째 장례를 마치는 방식이다. 상조회사가 만든 패키지나 장례식장 절차에 맞춰 장례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족은 장례 기간 내내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 응대와 식사 접대, 부의금 정리까지 챙겨야 했다.

최근에는 이 같은 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무빈소 장례는 빈소를 차리지 않고 안치와 화장, 발인 등 필수 절차 중심으로 치르는 장례다. 조문객을 받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가족장은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참석하는 소규모 장례를 뜻한다. 2일장은 빈소 운영과 조문 기간을 줄여 이틀 안에 장례를 마치는 방식이다.

하루장도 선택지로 거론된다. 다만 현행법상 매장과 화장은 원칙적으로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사망 다음 날 발인과 화장 절차를 마치는 식의 짧은 장례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 "장례 크게 치르는 것이 도리" 인식에도 변화 조짐

작은 장례 확산에는 비용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인 3일장은 빈소 사용료와 안치료, 염습·입관 비용, 장례용품, 차량, 음식 접대비 등을 더하면 10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문객 규모에 따라 1500만원 안팎까지 비용이 불어나기도 한다.

반면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은 예전만큼 많지 않다. 부의금으로 장례 비용 일부를 충당하던 구조가 약해지면서, 굳이 사흘 동안 빈소를 열어둘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도 커졌다.

죽음과 장례를 바라보는 인식도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장례식장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아왔는지가 고인의 삶이나 유족의 체면을 보여주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장례를 크게 치르는 것이 도리를 다하는 방식으로 여겨졌고, 간소하게 치르면 불효나 무성의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문객 수나 빈소 규모가 애도의 깊이를 증명하는 기준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전통적인 3일장은 상주가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응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장례가 끝난 뒤에는 방문해준 이들에게 감사 연락을 돌리고 부의금도 정리해야 한다. 바쁜 와중에 찾아와준 조문객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이를 언젠가 갚아야 할 마음의 빚처럼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유족이 정작 고인과 충분한 작별 시간을 갖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문객을 많이 받는 것보다 가족이 고인의 마지막 길에 집중하는 것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가족장이나 무빈소 장례처럼 간소한 장례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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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보내고 싶다" 문의 늘어

최근 아버지 장례를 치른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빈소를 차리지 않는 무빈소 장례를 택했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가족들이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빈소를 지켰다면 조문객을 맞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을 것"이라며 "가족끼리 아버지의 마지막 길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례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 장례지도사는 "예전에는 빈소를 차리지 않는 장례를 낯설어하는 유족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무빈소 장례나 짧은 장례가 가능한지 먼저 묻는 경우가 늘었다"며 "비용 부담도 이유지만 조문객 응대 없이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고 싶다는 요구가 많다, 상조회사들도 이에 맞춰 관련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빈소 장례 관련 소비자 태도 조사'에 따르면 본인의 장례를 무빈소 방식으로 치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71.8%였다.

무빈소 장례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중복선택 가능)로는 '장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가 58.1%로 가장 많았다. '형식적인 조문이나 인간관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도 54.5%로 뒤를 이었다. '가족 중심으로 조용히 보내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응답은 50.8%였다. 비용 절감뿐 아니라 형식적 조문 부담을 덜고 가족 중심의 작별 시간을 갖고 싶다는 인식이 함께 작용한 셈이다.

관련 산업에서도 변화는 나타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장례식장 수는 2021년 1107개에서 2025년 1075개로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상조회사는 2017년 163개에서 올해 1분기 76개로 감소했다.

다만 장례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어도 이를 바라보는 인식 변화는 과제로 남아 있다.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 무빈소 장례가 보편화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59.1%로 가장 많이 꼽혔다. 장례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른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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