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놀라운 공간 운영 방식입니다. 아주 멋져요."(올리비에 브론 블루밍데일즈 대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백화점 최고경영자(CEO)들의 이런 찬사가 이어졌다. 이날 더현대 서울에서는 글로벌 백화점 CEO들이 모인 국제백화점협회(IADS)의 정례 콘퍼런스가 열렸다.
본격적인 콘퍼런스 개최 전 CEO들은 더현대 서울의 내부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 독일, 홍콩, 덴마크, 태국 등 9개국에서 모인 CEO와 임원들은 이날 더현대 서울을 지하 2층부터 지상 6층까지 약 2시간 동안 공간·동선 설계와 방문객들의 반응 등을 꼼꼼히 둘러봤다. 현대백화점은 IADS의 회원사가 아니지만 더현대 서울의 혁신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회원사에서만 콘퍼런스를 연다는 원칙을 깨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콘퍼런스를 열었다.
글로벌 CEO들은 특히 더현대 서울의 공간 설계를 눈여겨 봤다. 지하 2층의 팝업 스토어부터 지상 5층의 내부 정원 '사운즈포레스트', 전시·공연 공간 등 등 더현대 서울이 차별화한 요소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올리비에 브론 블루밍데일즈 대표는 "미국의 백화점들은 이익을 내는 방식으로 공간을 운용하고 있어 정작 고객들의 '쇼핑 경험'을 높이는 것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더현대 서울이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고객들의 쇼핑 경험을 높이는 이러한 사례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브론 대표는 이어 "음식료, 패션, 휴식 공간 등을 고객 중심으로 적절하게 배치한 점이 매우 인상깊었다"고 했다.
블루밍데일즈는 1861년 설립된 미국 백화점 체인이다. 노드스트롬, 버그도프굿맨과 함께 미국 상류층들이 즐겨 찾는 고급 백화점으로 꼽힌다.
한국의 백화점을 연구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 CEO들은 'K-팝' 'K-컬쳐'가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점도 꼽았다.
IADS의 협회장을 맡고 있는 캄심 라우 홍콩 소고 백화점 CEO는 "한국의 음식, 패션 문화가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고 글로벌 유통 시장에서도 한국 관련 상품이 중요한 시장으로 떠올랐다"며 "지금이 한국의 백화점, 유통 시장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할 시기라고 봤다"고 했다.
셀반 모한다스 IADS 매니징 디렉터는 "아마존과 같은 거대 온라인 유통업체와 오프라인 백화점이 경쟁하려면 현장의 쇼핑 경험을 극대화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며 "더현대 서울은 그러한 예시를 잘 보여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방문 이후 이어진 콘퍼런스에서는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이 더현대 서울 성공 전략과 더현대 부산·더현대 광주로 확장될 ‘더현대 2.0’의 방향성 등을 글로벌 CEO들에게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IADS는 각국을 대표하는 단 한 개 기업만이 회원 자격을 얻으며, 기존 회원사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신규 가입이 가능할 만큼 신뢰와 권위를 중시하는 단체"라며 "IADS가 더현대 서울을 연구 사례로 꼽은 것은 한국 백화점의 위상이 그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