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세수로 국채를 상환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초과 세수를 앞으로 반도체와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사용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약 1400조원에 달하는 나랏빚을 갚기보다는 투자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원론적으로 맞는다. 인공지능(AI), 바이오, 2차전지 등 포스트 반도체를 만들면 그만큼 국민에게 혜택이 간다.
박정희 정부의 경부고속도로 사업, 김대중 정부의 초고속 인터넷망 도입과 같이 정부가 대대적인 투자로 인프라스트럭처를 깔면 민간은 이를 지렛대 삼아 도약해온 게 한국 경제 발전사다. 이번에도 AI 시대를 맞아 정부가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AI 인프라(송배전망과 소형모듈원전(SMR) 등 원전)를 구축하는 것이 맞는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돈이 시중에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150조원에 달하는 국민성장펀드가 있고, 사모펀드·벤처캐피털이 투자하지 않고 쟁여두고 있는 돈만 14조원에 이른다. 관가에서는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하는 게 아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내년까지 반도체 호황으로 더 들어올 초과 세수는 약 120조원. 돈이 너무 많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대안으로 국부펀드, 미래대응기금 등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이는 한편으로 ‘내년에 당장 쓰지 않아도 될 돈’이라는 것을 인증하는 것과 같다.
이런 상황이라면 초과 세수의 10~20%만이라도 국채 상환에 쓰면 어떨까.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이날 종가 기준 3.9% 부근으로 연초 대비 1%포인트 뛰었다. 금리가 1% 오르면 가계 이자 부담이 연간 13조원 증가한다. 대만은 초과 세수를 국채 갚는 데 사용했고, 그 덕분에 대만 국채금리는 4년간 약 1%대 중반(10년물 금리 기준)으로 안정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만 기업은 낮은 조달 금리를 기반으로 더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채를 조금이라도 갚으면 기업·가계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 대통령이 확장재정론에 재정 절제의 균형감을 더했으면 한다.
[나현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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