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맞춰 전기 생산 늘려도 송전망 못따라가 제때 공급 못해
반도체 클러스터-AI 데이터센터… 첨단산업 경쟁력에 악영향 우려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맞춰 발전소 등 발전설비는 빠르게 짓고 있지만, 송전망 확충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병목 현상이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AI 데이터센터 확충 등 국가 첨단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국내 발전설비는 2020년 13만3655MW(메가와트)에서 올해 16만3224MW로 22.1% 증가했다. 발전전력량도 같은 기간 57만7112GWh(기가와트시)에서 63만4470GWh로 9.9% 늘었다. 반면 송전선로는 3만4665C-km(서킷킬로미터·선로 길이X회선 수)에서 3만6184C-km로 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력망 확충 속도가 발전설비 증가 속도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전력을 운반할 송전망이 부족하다 보니, 기껏 세운 발전소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을 줄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전력 수요보다 공급이 많거나 송전망이 부족하면 태양광·풍력 발전량을 줄이는데, 이를 출력제어라고 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24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생산한 전기를 제때 보내지 못해 발전을 중단하거나 생산을 적게 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뜻이다.이런 사례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밀집한 지방에서 두드러진다. 전남에선 출력제어 횟수가 2023년 2회에서 2025년 82회로, 2년 만에 40배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송전망 문제가 국가 산업 경쟁력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한국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만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 지금처럼 송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전력 공급 불안 때문에 제대로 확충할 수가 없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송전망이 확충되는 속도가 느려지면 전기가 필요한 곳에 제때 전기를 공급하지 못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반도체 산업단지처럼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곳에 전력이 제대로 흐르도록 정부가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을 적극 활용해 주민을 설득하고 사업 추진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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