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는 최대한도인 6억원도 대출받지 못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강연옥 플팩 대표(사진)는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정했지만 이미 은행권 전반적으로 봤을 때 3분기까지의 총량은 이미 찬 상황이고, 연말까지 은행별로 실행할 수 있는 대출 총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대출 규제를 내놨다.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묶였다. 신생아·신혼부부·생애최초 등 첫 특례대출도 줄였다. 다주택자·갭투자자에 대한 규제도 들어갔다. 이런 규제는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바로 시행됐다.
이번 규제에 대해 강 대표는 "전무후무한 초강력 대출 규제"라면서 "'정말 많이 준비해서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묶은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엔 9억원, 12억원, 15억원 등 집값으로 대출 규제를 판단했지만, 이번 규제는 한도를 일괄적으로 묶어 버렸다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강남 3구, 용산구를 비롯해 마포구, 성동구, 동작구, 강동구 등 2급지의 신고가를 막는 효과를 낸다. 소위 '개천 용(개천에서 난 용의 줄임말, 자산은 없지만, 소득이 높아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던 수요자들)'들이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최근 <플팩의 상급지로 가는 대출력>이라는 책을 냈다. 대출력은 '대출 활용 능력'을 말한다. 같은 연봉의 직장인이라도 '대출력'에 따라 누구는 선호 지역에 집을 마련하고, 누구는 무주택자로 남는단 얘기다. 하지만 이번 규제로 사실상 서울에선 대출력을 발휘하긴 어려워졌다.
그는 "주담대 한도가 일괄적으로 6억원으로 묶였기 때문에 '대출력'을 활용하기는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어려워진 것이지 전혀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눈높이를 낮추고 물건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선 강남권을 노리던 실수요자들의 경우 일부 자금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강남권에서 눈을 낮추거나 이번 대출 규제로 집값 조정이 예상되는 마포구, 성동구, 동작구, 강동구 등 2급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실수요자마다 가지고 있는 자금이 달라 특정하긴 어렵지만, 집값으로 보면 6억~13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아파트가 이번 규제 이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서울에선 성북구 장위동, 경기도에선 하남시, 성남시, 광명시,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투자가 아닌 실거주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규제의 '무풍지대'로 꼽혔던 정책자금 대출 한도도 줄었다. 모든 지역에서 디딤돌 대출 한도가 최대 1억원 줄었다. 평가액 9억원 이하 주택(전용면적 85㎡)을 담보로 삼을 수 있는 '신생아 특례' 한도는 5억원에서 4억원으로, 신혼부부 특례는 4억원에서 3억2000만원, 생애최초 특례는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일반 디딤돌 대출 한도는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정책자금 대출을 청년층이 많이 이용하는 만큼 이들 사이에선 "사다리가 걷어차였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가계 대출 총량 규제 측면에서 봤을 때 '고육지책'으로 정책자금 대출을 줄였을 것이라고 본다"며 "정책자금 대출 역시 가계대출 총량엔 무조건 포함되는 대출이기 때문에 부채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주택자들 입장에선 이번 대출 규제로 '숨 쉴 틈'도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주택자들은 대체로 대출이 나오지 않아 타격이 작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그래도 일부 은행에선 다주택자라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범위 내에서 대출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만 먹고 찾으면 이런 은행들이 한두 군데 정도는 있었는데 대출 총량이 점점 차다 보니 다주택자들에 대한 대출을 내주지 않게 됐다"며 "하지만 이번 대출 규제로 숨 쉴 구멍마저 완전히 막혔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강 대표는 "이번 대출 규제로 시장이 폭락할 것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누구나 내 집을 마련하고 싶고 좋은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욕망이 있다"고 했다.
이어 "대출 규제는 이런 욕망을 일시적으로 억눌러 놓은 것이고 언젠가는 이게 시장에서 분출될 것"이라면서 "정책의 효과로 이번 달은 조용하게 지나가겠지만 여름휴가가 끝나고 가을께 접어들면 시장은 다시 규제 속에서도 새 길을 찾는 실수요자들로 다시 분위기가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강연옥 플팩 대표는 우리은행 호치민 지점에서 근무했고, 기업은행 남대문 지점, 본점 외환사업부(해외 외국인 투자 전문) 등 은행원 출신이다. <결국은 부동산 2024>, <결국은 부동산 2025>, <플팩의 상급지로 가는 대출력>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플팩의 대출력'이라는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