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체납자가 숨긴 수표 다발과 현금, 금괴를 비롯한 재산(사진)을 무더기로 압수했다. ‘위장 이혼’으로 재산을 숨기는 수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체납자도 덜미가 잡혔다.
국세청은 10일 재산을 숨겼거나 호화생활을 하는 방식으로 고액의 세금을 상습적으로 내지 않은 체납자 710명을 재산추적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체납액은 총 1조원을 웃돌았고, 1인 최대 체납액은 수백억원에 달했다.
서울 강남구 상가를 매각한 A씨는 수십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상가 매각대금을 현금으로 바꾼 뒤 자취를 감췄지만 국세청은 A씨가 이혼한 전 배우자 집에 재산 일부를 숨긴 것을 파악하고 징수에 나섰다. 국세청 직원들은 A씨 전 배우자 집을 수색해 1억원어치 현금다발을 압수했다.
부모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아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증여세를 내지 않은 B씨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B씨 모친 집 베란다 등을 수색해 현금다발과 수표, 골드바 등 12억원어치 재산을 파악했다.
위장 이혼으로 재산을 분할해 세금을 내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수도권 아파트를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C씨는 협의 이혼한 뒤 본인 소유의 다른 아파트를 재산 분할 형태로 전 배우자에게 증여했다. C씨는 이혼 뒤에도 전 배우자와 동거하는 등 위장 이혼을 통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국세청은 C씨 배우자가 소유한 증여 아파트에 대해 처분금지 가처분 조치를 했다.
VIP 고객용 은행 대여금고를 개설해 현금, 고액 수표, 골드바 등 고가 재산을 숨긴 체납자도 발각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체납 적발 대상자는 위장 이혼 등으로 강제 징수를 회피한 체납자 224명, 차명계좌·명의신탁 부동산 등으로 재산을 은닉한 경우 124명, 호화·사치 생활을 하며 세금을 미납한 납세자 362명 등으로 분류됐다. 국세청은 지난해에도 체납자 은닉재산을 찾기 위해 2064회 현장 수색을 해 2조8000억원가량을 징수했다.
국세청은 고액 상습체납자에 대해 재산추적조사와 명단 공개, 출국금지 등 강제 징수 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추적조사전담반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