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구매해 준 복권이 20억 원 당첨…원수 되어버린 두 친구

3 days ago 7

사진= 베이징뉴스 보도화면 캡처

사진= 베이징뉴스 보도화면 캡처
친구의 부탁을 받고 대신 구매해 준 복권이 1등에 당첨되자 말을 바꾼 복권 판매소 주인이 소송 끝에 패소했다. 하지만 승소한 복권의 진짜 주인은 아직 당첨금을 수령하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2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복권을 구매해 온 중국 북부 산시성 시안시 출신 야오 씨는 2019년 7월 17일 복권 가게 주인 왕 씨에게 20위안(약 4000원)을 송금하고 복권 두 장을 구매해 달라고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왕 씨는 무작위로 복권 두 장을 구입한 뒤 인증을 위해 야오 씨에게 구입한 복권 사진을 전송했다. 그런데 이날 저녁 왕 씨가 야오 씨의 부탁을 받고 대신 구매한 뒤 인증 사진을 보낸 복권 두 장 중 한 장이 당첨금 1000만 위안(약 20억 원)에 당첨됐다.

야오 씨는 들뜬 마음으로 사진으로 받았던 복권을 실수령하기 위해 왕 씨를 찾아갔지만 황당한 말을 듣게 됐다. 왕 씨가 야오 씨에게 “당첨된 복권은 사실 다른 사람이 산 건데, 당신에게 사진을 잘못 보냈다”고 주장한 것이다.

왕 씨는 야오 씨에게 정신적 피해 보상으로 15만 위안(약 3000만원)을 주겠다면서 휴대전화의 모든 채팅 대화 기록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야오 씨는 본인의 잘못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해 왕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두 달 뒤 야오 씨는 1등 복권 당첨금을 수령한 사람이 왕 씨의 사촌인 가오 씨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로 가오 씨는 지난 2019년 9월 산시성 복권관리센터로부터 복권 당첨금에서 세금을 공제한 800만 위안(약 16억 원)을 수령했다.

화가 난 야오 씨는 자신이 당첨 복권의 진짜 주인이라며 왕 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시안시 인민법원 재판부는 2021년 10월 가오 씨가 복권 1등 당첨금을 야오 씨에게 반환해야 하며, 왕 씨는 이 당첨금에 대한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가오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7월 시안 중급인민법원은 가오 씨가 복권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야오 씨는 SCMP에 “소송에서 이기긴 했으나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난 그들로부터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이 가오 씨의 은행 계좌를 동결했지만 이 계좌에는 잔액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택 역시 경매로 넘어갔지만, 아직 낙찰되지 않았다.

물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는 40대 남성인 야오 씨는 한 달 소득이 3000위안(약 60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이 사건 전까지만 해도 나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이 사건에 저축한 돈을 모두 써버렸다. 변호사 비용으로도 수십만 위안을 부담했다. 어떻게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편, 야오 씨 측 변호사는 법원에 복권 당첨금의 행방에 대해 조사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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