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AI 주도하는 엔진” 반도체에서 AI 허브로 진화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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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 ‘잃어버린 30년’ 딛고 부활 꿈꾸는 日
‘AI 섬’ 천명한 대만… 산업 생태계 강화 위해 보조금 지원
엔비디아-AMD R&D센터 유치 성과… AI 열풍에 대만 경제성장률도 훈풍

대만 정부도 최근 국내외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지난해 엔비디아와 AMD의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하는 조건으로 총 114억 대만달러(당시 약 51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자국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외국 기업에도 예산을 투입해 반도체 제조 강국에서 AI 연구개발 허브로의 진화를 꾀하는 것.

파운드리(위탁 생산) 세계 1위인 TSMC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 기술을 보유한 대만은 칩 설계 역량과 AI 인프라까지 함께 키워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은 지난해 5월 취임 연설에서 “글로벌 AI화 도전에 직면해 우리는 전력을 다해 대만을 ‘실리콘(반도체) 섬’에서 ‘AI 섬’으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미국 반도체 설계기업 AMD 역시 지난해 대만에 약 2100억 원을 들여 AI R&D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대만 정부는 AMD를 유치하기 위해 최소 수백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약속했다. 엔비디아에 이어 AI 칩 2위인 미국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 역시 대만계 미국인이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같은 대만 타이난시에서 태어났는데 두 사람은 5촌 당숙·종질 관계다.

앞서 구글도 2013년 6억 달러(당시 약 6300억 원)를 들여 대만 장화현에 아시아 최초의 데이터센터를 완공했다. 지난해 4월엔 대만 신베이시에 두 번째 하드웨어 글로벌 R&D센터를 열었다.

대만 국책 연구기관 중화경제연구원(CIER)은 지난해 10월 AI 열풍 등을 반영해 2024년 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7월(3.81%) 대비 0.15%포인트 높은 3.96%로 상향 조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숀 킹 전 미국 상무부 아시아 수석 고문은 “대만이란 섬은 이제 글로벌 AI 개발에 꼭 필요한 회사들로 가득 차 있다”며 “대만은 실제로 AI를 주도하는 엔진”이라고 평가했다.

대만이 AI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이 한국 기술 기업들의 발걸음은 뒤처지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과거와 달리 일본 미국 대만 등 각국 정부가 개입해 적극적으로 전략 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서면서 치열한 국가 대항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한국은 그저 기업에만 모든 걸 맡겨두고 있다”며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K반도체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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