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하천 흘러 파악 못해
대구 염색공단 인근 배수관로에서 발견된 보라색 폐수의 유입 경로가 일주일이 넘도록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관련 당국이 원인 파악에 손을 놓고 있다. 더욱이 같은 사례가 반복됐음에도 각 기관의 안일한 대처가 환경오염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15일 대구시 서구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염색산업단지 인근 공단천 하수관로에서 보라색 폐수가 유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관로는 염색공단과 제3산단 등에서 모인 하수를 달서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시설이다.
당시 서구는 폐수 유입 경로를 찾는 역추적에 나섰으나 날이 저물어 일찍 철수했다. 구는 다음날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달서천사업소와 염색공단과 함께 확인 작업을 벌였으나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들 당국이 더 이상 원인 규명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서구는 폐수가 이미 하천으로 흘러 유입 경로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대구환경청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같은 사례를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
달서천사업소도 오염수를 정화해 하천으로 보냈으므로 최초 발생지를 파악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다만 정화 당시 물이 보랏빛을 띤 점으로 보아 염색공단에서 염료 폐수를 유출한 것으로 추측했다. 제3산단에도 섬유업체가 있지만 염색공단보다 비교적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이유에서다.
뉴시스는 염색공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틀간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갖가지 사유로 답변을 회피했다. 공단은 폐수 발견 당시 “전용 폐수 배관으로 흘러간 물이 아니므로 공단 측에서 유출하지 않았다”고 답한 바 있다.
폐수 유입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음에도 대응 체계는 확립되지 않고 있다.달서천사업소는 지난해 2∼3차례의 비슷한 사례를 발견해 염색공단 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단을 비롯한 관련 기관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발견된 폐수에 대해 한차례의 성분 채취도 하지 않아 출처 파악이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채수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수질 농도가 정화 가능한 수준이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사업소 측의 설명이다. 반복되는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서구는 지난 14일 대구환경청, 대구시 수질개선·섬유패션과, 염색공단, 달서천사업소 등 관계기관과 논의에 나섰으나 무책임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사례 발생 시 공동 대응하자”는 알맹이 없는 내용이 주를 이뤘고 이번 폐수 발견 장소는 염색산단, 제3산단, 침산·원대·평리·노원동 등 하수를 거쳐 모이는 곳으로 유출 업체 파악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시민단체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전수조사를 거쳐 유출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채수를 통해 보견환경연구원에 보냈다면 쉽게 파악할 문제인데 그동안의 안일한 대처가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이라며 “반복되는 폐수 유출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이번 일을 계기로 비밀 배출구를 찾는 등 경로를 확실히 찾아 무단 방류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대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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