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5000만원도 빠듯한데…" 외벌이 30대 가장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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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5000만원도 빠듯한데…" 외벌이 30대 가장 '한숨'

서울과 경기 12곳에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 입주 시점에 시세가 15억원을 넘으면 주택담보대출로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

과도한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청약으로 새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서민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분양받은 주택의 잔금 시점에 시세가 15억원을 넘으면 주담대 한도가 최대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어든다. 청약 예정자가 대출 불확실성이 커져 집값이 더 싼 곳으로 하향 지원하거나 포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가용한 정책 수단, 역량을 집중 투입해 경고등이 켜진 비생산적 투기 수요를 철저하게 억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산층 대출규제 직격탄…'강남·마용성 입성' 멀어진다
흔들리는 청약사다리…집값 비쌀수록 대출 '뚝'

외벌이 가장인 강모씨(36)는 이달 분양 예정인 ‘힐스테이트광명11’ 청약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전용면적 74㎡ 분양가가 14억원대로 예상되지만 잔금 처리 때 대출이 얼마나 나올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자칫 시세가 15억원을 넘을 경우 대출 금액은 4억원으로 쪼그라든다. 예상 대출총액(6억원)보다 2억원이나 모자라게 된다. 강씨는 “당장 5000만원도 빠듯한 상황이어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잔금 납부 때 전세를 줄 수도 없어 3~4년 뒤 대출 한도가 풀릴 것을 믿고 모험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 토지거래허가 이어 청약 문턱 높아져

정부의 고강도 대출(10·15 부동산 대책) 여파로 예비 청약자가 혼란에 빠졌다. 시세가 높을수록 대출은 더 적게 나오게 되면서 대출금액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15억원 전후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로또 청약’ 단지는 20억원에 가까운 현금이 필요해 ‘현금 부자’의 리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시행으로 분양받은 주택의 잔금 지급 시점 시세가 15억원을 넘으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줄어든다. 애초 분양가 13억원에 계약한 뒤 시세가 14억9000만원으로 책정됐다면 약 6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은 모두 잔금 대출이 불확실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은행 감정평가 결과 시세 14억9000만원과 15억원은 실질적으로 다를 게 없는데 대출 희비가 엇갈리는 등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가는 15억574만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16일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 12곳의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내렸다. 주택 시가별 대출 한도는 25억원 이상 2억원, 15억원 이상 4억원, 15억원 미만 6억원 등으로 ‘비쌀수록 대출이 덜 나오도록’ 설정했다. 현금이 모자란 실수요자가 전세금을 활용할 수 없게 된 것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앞서 6·27 대책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해 전세보증금으로는 잔금을 충당하지 못하도록 했다.

◇ ‘강남 입성’의 청약 사다리 끊기나

실수요자의 청약 셈법은 복잡해진 반면 현금 부자의 로또 청약 문턱은 오히려 낮춘 꼴이 됐다. 대출 한도 축소와 실거주 의무에 더해 재당첨 제한 규제까지 강화돼서다. 이번에 대출 규제를 받는 서울과 경기 지역은 모두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최대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된다.

이달 입주자 모집공고가 예정된 서울 서초구 ‘래미안 트리니원’의 전용 59㎡와 84㎡ 예상 분양가는 각각 21억원, 28억원으로 추산된다. 대출 한도를 고려하면 현금 19억~26억원을 들고 있는 사람만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단지의 예상 시세차익은 20억원에 달한다. 이달 분양공고가 예정된 ‘아크로 드 서초’,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 ‘오티에르 반포’ 역시 1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되지만, 대출은 4억원 이하로 묶일 가능성이 크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강남 주요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만, 가격 자체가 높아 현금 부자나 자산가만 청약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며 “사회적 불평등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상당수 실수요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하향 지원’을 하거나 아예 청약을 포기하고 매수 및 전세 연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분석한다. 청약시장이 강남과 비강남으로 양극화될 가능성도 있다.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용산구 이외의 지역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현금이 부족한 청약자가 전세를 받아 잔금을 치르는 방법도 6·27 대책에서 막혔다”며 “대출 규제와 실거주 규제가 중첩되면서 중산층이 청약을 통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끊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유정/김형규/정의진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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