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자산운용사 '현대얼터너티브'를 설립한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현대차증권에 이은 다섯 번째 금융계열사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회의를 통해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의 현대얼터너티브 주식 취득을 승인했다. 현대카드는 현대얼터너티브 지분 51%를 15억3000만원에 취득했으며, 현대커머셜은 지분 49%를 취득해 총 30억원 지분 출자가 이뤄졌다.
그간 현대차 관계사들은 잉여자금 등 자산을 외부 금융기관에 일임하는 방식으로 투자수익을 거둬왔다. 그룹 내 자산운용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현대얼터너티브 설립은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운용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관측된다. 자체 운용사 설립으로 그간 타 금융기관에 지급했던 수수료 비용을 축소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셈이다.
국내 대기업 집단중에선 삼성과 한화그룹 등이 자산운용사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금융계열사가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등 여신과 자동차금융에 집중돼 있어 운용 측면에서 확장성이 좁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현대얼터너티브는 사명에 'Alternative(대체, 대안)'가 포함된 만큼 대체투자 전문 하우스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투자는 전통적 형태 주식과 채권투자 외 투자를 말하며 부동산 리츠와 NPL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는 현대얼터너티브가 캡티브 물량을 바탕으로 빠르게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기마다 변동은 있지만 삼성과 한화자산운용의 경우 투자일임 부문에서 계열사 비중이 70~85% 수준으로 알려졌다.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현대자동차 이익잉여금은 작년 3분기 기준 95조2534억원(연결)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연결기준 삼성전자 이익잉여금이 365조3595억원, 한화가 7조5821억원 수준이다.
현대카드와 커머셜의 출자로 법인이 설립되는 만큼 기존에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이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체투자를 다방면으로 확대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금융계열사 자산을 새로운 법인에 맡겨 조직을 효율·전문화하는 방안도 타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 11월 현대커머셜은 금융위의 주식 취득 승인에 앞서 이용구 전 마스턴자산운용 전무를 영입한 바 있다. 향후 본격적인 자산운용사 설립·출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