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3년, 여전한 위험
설치 의무 어겨도 별다른 제재 없어… 예산 미확보 등 내세워 차일피일
“차단 시설-수위 센서-배수 펌프 등 침수 막을 ‘안전 사슬’ 완결 살펴야”

아름지하차도는 닷새 전인 9일에도 전날부터 187mm의 호우가 내리면서 진입로 부근이 침수됐고, 시가 직접 통제에 나서야 했다. 차단 시설 공사 예산이 지난해에야 확보된 탓에 설치가 이달 말로 미뤄진 것이다. 인근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이창연 씨(41)는 “통제가 늦었다면 지하차도 안까지 침수됐을 것 아니냐”며 “빨리 차단 시설 공사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위험 지하차도 52곳, 차단 시설 없어

그런데 이 가운데 52곳엔 13일 기준으로도 시설이 없었다. 45곳은 내년까지 설치를 마칠 예정이지만, 서울 양천구 경인1지하차도 등 3곳은 도로 재구조화 공사에 밀려 준공 시점조차 미정이고, 1곳은 2029년에야 준공될 예정이다. 나머지는 폐쇄가 예정된 곳 등이다. 설치 의무를 어겨도 지방자치단체에 법령상 제재가 없어, 예산 상황 등을 이유로 설치를 차일피일 미룰 수 있는 구조다.
진입 차단 시설이 이미 설치된 지하차도 중에도 29곳은 침수를 자동 감지하는 수위 감지 센서가 연동돼 있지 않았다. 센서가 없으면 현장 담당자가 폐쇄회로(CC)TV로 상황을 살펴 수동으로 차단 시설을 작동시켜야 한다. 유입된 물을 빼내는 배수펌프가 없는 곳도 38곳이었다. 수위 감지 센서, 배수펌프, 진입 차단 시설 중 하나라도 빠진 지하차도도 111곳에 달했다.
● 침수 막는 ‘안전 사슬’ 완성해야 수위 감지 센서와 배수펌프는 진입 차단 시설과 달리 설치가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정 의무와 별개로 실제 침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센서와 펌프까지 제대로 연동해야 피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송 참사 당시에도 배수펌프가 고장 나 작동하지 않았고 출입 통제도 이뤄지지 않아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센서와 펌프, 차단 시설은 하나로 연동되는 ‘안전 사슬’로 이해해야 한다”며 “개별 시설 유무뿐만 아니라 대응 사슬의 완결성을 기준으로 침수 대응 체계가 작동하도록 종합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집중 호우가 이어지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침수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의 미비한 안전시설을 신속히 보완하고,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자연재난대응과 담당자는 “진입 차단 시설은 위험도가 높은 지하차도부터 순차적으로 설치하다 보니 일부에서 사업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조속히 설치할 수 있도록 예산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센서와 펌프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 여건에 따라 수동으로 진입 차단 시설을 작동하는 곳에는 센서가 불필요하고, 구조적으로 배수가 원활한 지하차도엔 펌프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제9호 태풍 ‘바비’가 약화한 열대저압부로 한반도에 접근하면서 14일 오후부터 15일 새벽 사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최대 50mm의 강한 비가 예보됐다. 15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30∼100mm(경기 북부 120mm 이상), 강원 내륙·산지와 충청권, 전북 30∼80mm다. 기상청은 지하차도 침수와 산사태, 하천 범람 등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비는 15일 오후 대부분 그치겠지만 무더위와 열대야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오후에는 정체전선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제주도와 전라권에서 비가 시작돼 17일에는 충청·경상권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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