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한국산 택갈이···올들어 적발된 것만 2000억원
관세청, 우회 수출 국가별 통계 첫 공개…“중국산이 77%”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단속 강화 절실”
올 들어 중국산 제품을 국내로 들여와 ‘택갈이(상표교체)’를 한 뒤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수출하다 적발된 규모만 2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대중 무역장벽 압박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한국이 중국의 우회수출 통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불법 우회수출 적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택갈이’하다 적발된 건수는 모두 17건으로, 금액 기준으로는 206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중국산 택갈이 적발금액인 295억원보다 7배 늘어난 규모다.
중국산 제품이 우리나라를 우회해 다른 나라로 수출되다가 적발된 건수는 2020년 15건·433억원, 2021년 13건·427억원, 2022년 21건·210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3년 14건·1188억원과 2024년 8건·295억원에 줄어들어지만 올들어 폭증했다. 이에 지난 6년간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바꿔치기한 규모는 모두 6515억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국가별 택갈이 우회 수출 적발금액인 8382억원의 77%에 해당된다.
우회수출은 낮은 관세를 적용 받기 위해 최종 선적국인 적출국에서 우회국으로 먼저 보낸 뒤 종착지인 목적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관세청이 국가별 우회수출 적발 건수와 금액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박수영 의원실은 밝혔다.
특히 택갈이 수출의 최종 목적지가 미국인 사례가 올해 들어서 적발횟수와 금액 모두 폭증했다. 2020년 미국으로 우회수출되던 중 적발된 사례는 총 4건·68억원에 불과했고, 작년에도 217억원(목적국이 미국인 비중 62.4%)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8월까지 집계된 것만도 3494억원으로 전체의 97.9%를 차지했다. 박수영 의원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적발된 우회 수출품의 77%가 중국산”이라며 “미중 무역 갈등으로 미국이 중국에 30%의 고관세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가는 우회 수출품의 절대 다수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