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씨티씨바이오(060590)의 자회사인 씨티씨백(CTCVAC)이 투자유치시 약정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조영식 SD바이오센서 의장의 개인투자사인 SDB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스틱벤처스, 인터베스트 등 주요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며 자금 회수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씨티씨백이 지난 5년 간 손실만 기록했다는 점에서 사업 지속 가능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씨티시백)
◇ 줄이탈 단초 된 주식매수대금 소송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DB인베스트먼트와 인터베스트, 스틱벤처스는 씨티씨백에 대한 투자금 회수 절차에 돌입했거나 이미 회수를 마친 상태다. 이는 스틱벤처스가 씨티씨백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수대금 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다른 투자자들도 투자 약정 미이행을 근거로 풋옵션을 행사한 데 따른 조치다.
씨티씨백은 2019년 4월 1일 씨티씨바이오로부터 동물백신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법인으로, 2023년 상장을 목표로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총 투자금은 보통주 46억원, 전환상환우선주(RCPS) 133억원 등 총 179억원이다.
씨티씨바이오는 사업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리스크를 고려해 RCPS에 대해 투자 유치 당시 일정 기간 내 상장 등을 약속했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이 모회사인 씨티씨바이오에 씨티씨백 주식을 되팔 수 있도록 조건부 풋옵션을 설정했다. 풋옵션은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일정 조건 하에 발행사나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해당 계약에 따라 RCPS에는 연복리 10%의 이자와 함께 발행금액의 18%가 위약금으로 설정됐다. 보통주 역시 계약 위반 시 연복리 10%를 적용한 금액으로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 포함됐다.
하지만 씨티씨백이 풋옵션 행사에 이견을 보이며 투자금 상환을 미뤘다. 이에 스틱벤처스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는 지난 2023년 주식매수대금 청구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해 승소해 투자 자금 회수 길이 열렸다.
씨티씨백의 투자자는 △인터베스트제4차 산업혁명투자조합Ⅱ 약 48억원(인터베스트) △SDB인베스트먼트 약 25억원 △스틱청년일자리펀드 약 20억원(스틱벤처스) 등으로 보통주와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각각 1:1 비율로 투자했다. 이 외에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의 KAI-KVIC 스마트공장 투자조합과 위드윈인베스트먼트의 위드윈바이오 투자조합10호도 각각 20억원 규모의 RCPS를 보유 중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장 최근 자금을 회수한 곳은 조영식 SD바이오센서 의장이 이끌고 있는 SDB인베스트먼트다. S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월 씨티씨백에 투자했던 25억원 규모의 보통주(3.85%)와 우선주(12.88%)를 씨티씨백의 모기업인 씨티바이오에 매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12억5000만원 규모의 보통주와 우선주에 연복리 10%를 적용한 이자를 더해 총 40억9204만원에 매각할 예정이다. 다만 매각 대금은 씨티바이오의 경영상황을 고려해 분할로 회수될 예정이다. SDB인베스트먼트는 씨티씨백 지분 5.93%(보통주+우선주)를 보유 중이다.
인터베스트도 SDB인베스트먼트와 같은 조건으로 자금 회수를 추진 중이다. 씨티씨바이오와 대략적인 합의는 마친 상태로 분할 방식을 통해 연내 회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씨티씨백에 투자한 인터베스트제4차 산업혁명투자조합Ⅱ 펀드에는 SDB인베스트먼트도 일부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소송에서 승소한 직후 투자금 회수에 착수한 스틱벤처스는 관련 절차를 거의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틱벤처스가 조성한 스틱청년일자리펀드도 씨티씨백 주요 주주명단에서도 이름을 뺀 상태다.
이밖에 RCPS에 투자한 위드윈인베스트먼트는 스틱벤처스와 마찬가지로 지난 2023년 소송을 제기한 이후 지난해 1심에서 승소했다. 현재 2심 진행 중으로 소송이 마무리되는 대로 자금 회수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57억…적자 확대
이처럼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씨티씨백의 앞날도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주요 투자자까지 빠져나갈 경우, 기업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씨티씨백은 동물용 백신에 대한 승인이 늦어지면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물적 분할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씨티씨백의 영업손실은 57억원으로 전년 50억원 대비 적자가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이 314억원에서 926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지만 비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확대로 수익성은 크게 둔화됐다. 씨티씨백이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약정 사항을 이행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씨티씨백은 동물용 백신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힘입어 다수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며 “투자자 이탈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