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장 “비좁아 설치 안해” 진술
경찰, 공사계획서 등 입수 수사 확대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날 현장소장 권모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장이 비좁아서 공사하는 데 곤란을 겪을 수 있어 흙막이 공사를 생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흙막이 공사는 건설 현장에서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벽체 등 관련 구조물을 설치하는 필수 안전 작업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권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사고는 27일 낮 12시 20분경 수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하수관로 교체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지반 토사가 갑자기 붕괴하면서 하수관 내부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3명이 매몰됐고, 그중 60대 남성 작업자 1명이 끝내 숨졌다.
경찰은 권 씨가 흙막이 공사 생략을 결정한 경위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노동 당국의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는 토사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 위험 방지를 위해 흙막이 공사 등 필요한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강남구로부터 공사 계획서 등을 임의제출 받아 검토하면서 안전관리 준수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하수관 교체 공사 때도 토사 매몰로 작업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불과 1년 만에 ‘판박이 사고’가 이어지며 현장에서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경찰은 토사 붕괴를 막기 위한 안전시설이 미비했다고 보고 작업을 관리한 관리소장 등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면서 여름철 산업 현장 사고에 대한 안전망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마철엔 지속적인 강우로 지반 강도가 약해져 붕괴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605명 가운데 한여름을 포함한 3분기(7∼9월) 사망자는 16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흙막이 공사 등 안전 공사는 물론이고 사전에 땅의 공동(空洞) 위험성도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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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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