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 연루 계좌 분석
농협조합 등 6개 상호금융
신고된 사기계좌 6282개
7개 시중은행과 맞먹어
무과실배상 도입시 직격탄
올 들어 8월까지 신고된 금융사기 연루 계좌가 2만개를 육박하는 가운데 단위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 상호금융과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사기 범죄의 취약 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매일경제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금융사기계좌를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8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과 iM뱅크 등 7개 시중은행에서 나온 금융사기계좌 수는 7080개였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중앙회·신협중앙회·산림조합중앙회·단위농협·단위수협·우정사업본부 등 6개 상호금융에서 발견된 금융사기계좌 숫자도 6282개로 시중은행과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없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고객 규모가 상호금융보다 훨씬 큰 상황을 고려하면 상호금융이 금융사기범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금융사당 평균 금융사기 연류 계좌는 시중은행(1011개)보다 상호금융(1047개)이 오히려 많았다.
3개밖에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나온 금융사기 이용 계좌 수도 3577개에 달했다. 금융사당 평균으로 보면 1192개로 시중은행과 상호금융보다도 많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모든 것을 모바일로 처리하는 만큼 계좌 개설이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데다 범죄 발생 시 오프라인 상담 등을 통한 즉각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별 금융사 단위로 살펴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금융사기에 이용된 계좌가 가장 많이 나온 금융사는 단위농협(3751개)이었다. 이어 카카오뱅크(1858개), 우리은행(1659개), KB국민은행(1537개), 토스뱅크(1345개)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선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감독하에 보이스피싱 관련 예방책 마련 등에 막대한 예산·인력을 투입하는 것과 달리 상호금융은 상대적으로 시스템 투자 등에 소홀한 게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은 고객의 연령과 성별, 거래 패턴에 따른 보이스피싱 피해 데이터를 축적해 ‘보이스피싱 위험지표’ 개발에 착수했고, 신한은행은 신속한 대응을 위해 전국 652개 전 지점에 보이스피싱 전담 직원을 배치했다. 신한금융그룹은 4개 계열사(은행·카드·투자증권·라이프)가 보이스피싱에 합동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해달라는 내용으로 혁신금융서비스를 금융위원회에 신청해 지정받았다.
반면 상호금융은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련 투자가 미진한 데다 체계 자체도 느슨하다는 평가다. 특히 단위농협이나 새마을금고 등은 읍 또는 면 단위에 위치한 지점이 많아 지방에 거주하는 고령층 이용률도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금융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큰데도 이에 걸맞은 시스템 구축이나 인력 배치를 못 하고 있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금융사를 대상으로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과실에 대한 입증이 없어도 고객 피해를 보상하게 하는 ‘무과실배상’도 추진 중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상호금융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일 최고 실적을 내고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상호금융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실적 개선이 더딘 상황이다. 횡령 등 금융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새마을금고는 올해 상반기 1조3287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창립 이래 최악의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금융사기범죄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단위농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을 상대로 보다 더 엄격한 감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위농협 등 상호금융은 지방 소외 지역의 고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만큼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엄격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