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무마” 800만원 받고 연락두절
“배우자 외도 조사” 330만원 요구도
피해 접수-구제 신청 꾸준히 늘어
서울변회, 업무정지 제도 등 추진
거액의 대출사기를 당해 A법무법인을 찾은 이모(가명) 씨는 전문성 있는 전관 출신으로 변호인단이 구성됐다는 얘기를 듣고 수임료 1800만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 씨는 전관 변호사를 만나기는커녕 변호사들과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자 8일 만에 환불을 요청했다. 이 씨에게 돌아온 건 약관상 환불이 안 된다는 통보였다.이른바 ‘네트워크 로펌’에 사건을 맡긴 소비자들의 피해 접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전체 변호사 시장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체 변호사 수의 2%에 불과한 이들 법인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진정이 전체의 16%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신속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계약 해제-계약 불이행 관련 불만이 최다
전체 진정 수에서 5개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4.34% △2023년 7.33% △2024년 12.29% △2025년(8월 기준) 16.4%로 급증하고 있다. 이 법인들에 소속된 변호사 수는 470여 명으로, 서울변회 전체 개업 회원 수 2만3490명의 2%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피해구제 신청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59건을 시작으로 △2023년 126건 △2024년 166건 △2025년(8월 기준) 129건을 기록했다. 총 480건 중 계약 해제 관련(262건)과 계약 불이행 관련(107건) 피해구제 접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끼’로 내세운 전관 변호사나 의사 출신 변호사들이 상담부터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모 씨는 전 여자친구가 자신을 고소하겠다고 하자 B법무법인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사무장은 “고소를 무마시켜 줄 테니 일단 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고, 김 씨는 곧장 카드로 결제했다. 하지만 ‘대리인이 대체 어떻게 고소를 무마시킨다는 거지’라는 의문이 든 김 씨는 곧바로 환불을 요청했지만 ‘환불 불가’ 답변을 받았고, B법인과의 연락도 두절됐다. 이혼 관련 상담을 목적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박모 씨는 배우자 외도 증거조사 명목으로 요구 받은 330만 원을 지불했다. 실제 증거조사가 진행되기 전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박 씨는 전액 환불을 요구했지만, 3분의 1만 환불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전 의원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부 로펌의 무책임한 행태 때문에 도움이 절박한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법률서비스 이용 소비자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서울변회, 업무정지 제도 등 제도 개선 추진
변호사업계 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서울변회가 7월 24일부터 8월 14일까지 서울변회 회원 2869명(전체 회원 2만2256명 중 12.9%)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네트워크 로펌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로 인해 변호사 직역 전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서울변회는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업계 문제로 대두되자 △법무법인 업무정지 제도 △사건 의뢰 시 주의해야 할 법무법인 지정제도 △변호사 징계 과태료 상한액 인상 등을 법무부에 제도 개선 방안으로 제안한 바 있다. 법무부는 “일부 법무법인들이 무리한 광고 및 영업 등으로 법률 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며 “향후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논의를 바탕으로 법률시장의 공공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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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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