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 민원, 작년 11만건 넘어 사상 최고… ELS-티메프사태 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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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등 손보관련 35% 최다
홍콩 ELS 등 펀드-신탁 민원 급증
올해도 홈플러스 채권 등 이어져
“당국, 불완전 판매 관리 강화해야”

#1.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본사 앞에는 ‘근조 금감원’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금감원 해체’가 쓰인 ‘에어 간판’(공기로 세워둔 간판) 사이에 천막 한 채가 3년째 서 있다. 백내장 수술 등 실손보험 보상 기준이 강화된 것을 두고 보험사와 분쟁을 이어가는 이들이 장기 농성을 벌이고 있다.

#2. 12일 ‘홈플러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전단채) 투자자 35명은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금감원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당일인 이달 4일부터 12일까지 금감원에는 총 22건의 홈플러스 채권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지난해 금융 관련 민원이 11만 건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다툼이 잦은 실손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에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과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에 따른 민원 등 집단적 민원까지 더해진 탓이다. 홈플러스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올해도 금융 민원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민원 접수·처리 건수는 11만6338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9만3842건)보다 약 24%(2만 건) 넘게 급증한 규모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금융 민원은 연간 8만∼9만 건 수준이었다.

분쟁 유형별로 보면 손해보험이 35%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비은행(26%) 은행(21%) 생명보험(11%) 금융투자(8%)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은행권과 비은행권에서 발생한 민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새 4%포인트 넘게 늘었다. 2023년 은행권과 비은행권에서 발생한 민원은 각각 전체의 16.7%, 21.9%였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홍콩 ELS 사태 관련 민원이 다수 제기돼 펀드·신탁 민원이 대폭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비은행권에서는 티메프의 여행상품 등 환급 절차 지연으로 인한 소비자 불편 민원이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원이 급증한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사가 재무적 성과에 집중하다 보니 상품 판매 모니터링을 소홀히 해 문제점을 제때 포착하지 못한 데 있다”며 “민원 분쟁 처리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조직에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분쟁 처리 혁신 방안 시행 등으로 분쟁 민원 처리 건수가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높은 대출 금리,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 등 여신 취급 관련 민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또 2075억 원 규모로 개인에게 팔려 나간 홈플러스 전단채 관련 민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 등 금융 소비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수익률이 높은) ELS든 전단채든 위험 요소를 내포한 상품들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팔리고 있다”며 “금융회사, 금융 당국이 불완전 판매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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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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