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 육상풍력 업체들이 풍력 발전시장에서 발을 빼고있다. 정부는 풍력발전 업체가 보급하는 전기요금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게 하는 '입찰상한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지나치게 낮아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대로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풍력업계에 따르면 GS풍력발전, 대명에너지, SK 디앤디 등 국내 민간 풍력업체 1~3위 기업 모두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상한가가 올해에도 적용된다면 입찰에 아예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다. 정부는 매년 5월 풍력 발전업체들이 생산해 판매하는 전기료의 상한가를 정하고, 이보다 낮은 가격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만 풍력발전기 설치사업 입찰에 참가시키고 있다. 상한가는 2022년 kWh(키로와트시)당 186.2원, 2023년 184.1원 2024년 180.9원으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올해 5월로 예정된 입찰에서는 상한가가 180원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입찰 상한가제도는 풍력발전의 효율성 개선을 유도하기위한 제도지만,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호소다. 주요 민간업체들은 설치 비용과 추후 벌어들일 돈 등을 비교해본 뒤 올해 입찰상한가도 180원 근처라면 참여하지 않는게 낫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의 입찰상한가 하향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풍력발전기의 시공비 인상 및 인건비 인상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직종 노임단가는 지난 3년 사이 직종별로 평균 23%, 전기시설 공사비는 21%, 건설공사비는 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도 불확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맞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풍력발전량을 올해 3GW에서 2030년 18.3GW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계획이 무색하게 매년 정부의 풍력발전량 목표치는 미달하고 있다. 2023년에는 정부의 공고물량 대비 육상 풍력 보급량은 38%에 불과했고, 2024년에도 66%에 그쳤다. 올해에는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선 태양광과 함께 재생에너지 비중을 가장 빠르게 높일 수 있는 육상풍력에 대해 비현실적 가격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육상풍력 보급이 저조하다면 해상풍력을 통해 풍력 목표 보급량을 맞춰야 하는데, 아직 해상풍력은 기술적으로 상용화 되지않고 있다. 기술적 접근성도 높아 향후에도 육상풍력 없이 해상풍력만으로 탄소배출감축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입찰상한가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 낙찰된다 해도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는 업계내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참여하려는 기업을 늘리려면 상한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