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동료에 약초 발라주는 침팬지… 의료행위 진화적 기원 풀릴까

2 weeks ago 11

세계 곳곳서 영장류 행동 연구
혈육 아니어도 다친 개체 치료 도와… 일부 약초에선 화학적 효능 검증
어미-새끼 간 애착 행동도 첫 관찰… 안정형-혼란형 등 사람처럼 다양

우간다 부동고 숲에서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를 보살피고 있다. 최근 인간과 닮은 영장류의 새로운 행동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여겨졌던 행동이 인간과 영장류의 같은 조상으로부터 유래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엘로디 프레이먼 제공

우간다 부동고 숲에서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를 보살피고 있다. 최근 인간과 닮은 영장류의 새로운 행동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여겨졌던 행동이 인간과 영장류의 같은 조상으로부터 유래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엘로디 프레이먼 제공
최근 인간과 닮은 영장류의 새로운 행동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영장류가 타인의 상처를 치료하고 음악을 만들 뿐 아니라 사람처럼 엄마와 아기가 애착관계를 형성한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여겨졌던 행동이 인간과 영장류의 같은 조상으로부터 유래했을 수 있는 것이다. 인간 행동 진화의 비밀을 풀어가는 데 중요한 단서다.

● 다른 구성원 상처 치료하는 침팬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침팬지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할 뿐 아니라 질병에 걸린 다른 구성원을 치료하고 돌봐준다는 연구결과를 5일(현지 시간) 생태·진화 분야 국제 학술지인 ‘프런티어스 인 생태진화’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간다의 부동고 숲에서 침팬지 무리 2개의 행동을 4개월 동안 관찰하고 연구했다. 지난 수십 년간 이들 무리를 관찰한 문헌, 영상 데이터, 이들을 지켜본 과학자 설문조사 등도 종합적으로 취합해 침팬지의 행동을 분석했다.

그 결과 총 41건의 치료·돌봄 사례를 포착했다. 이 중 스스로 치료한 행위가 34건으로 나머지 7건은 타인을 위해 한 행동이었다. 7건 중 상처를 치료하는 행동은 4건, 올가미를 제거한 행동은 2건, 다른 침팬지의 위생을 돕는 행위는 1건이었다.

치료 방법은 다양했다. 상처를 직접 핥아 이물질을 제거하고 손가락을 핥은 후 상처를 꾹 누르고 식물 재료를 씹어 상처에 직접 발랐다. 연구팀에 따르면 침팬지가 상처를 치료할 때 사용하는 식물 재료 중 일부는 전통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치료가 가능하다고 알려진 화학적 특성이 있다.

침팬지는 특정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다른 구성원을 도왔다. 유전적으로 관련성 없는 침팬지를 돕는 사례가 4건이었다. 연구를 이끈 엘로디 프레이먼 옥스퍼드대 연구원은 “침팬지가 가족이 아니더라도 구성원이 무엇을 필요하다고 여기는지 알아채거나 구성원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구성원을 돕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동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도 침팬지가 다른 구성원을 치료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에 침팬지의 의료 행위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침팬지 사회에 퍼져 있다고 추측된다”며 “인간의 의료 행위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진화적 뿌리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안정 애착 등 다양한 애착 행동도 발견

사람처럼 복잡한 애착도 침팬지 사회에서 처음으로 관찰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연구팀은 코트디부아르 타이 국립공원에서 침팬지 어미-새끼 50쌍을 관찰한 뒤 ‘안정 애착’, ‘불안정-회피 애착’ 등 다양한 애착 행동을 발견하고 연구결과를 12일 과학 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에 발표했다. 인간 사회에서 주 양육자와 아기의 관계를 이해하는 개념인 애착 행동이 영장류에게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침팬지 어미-새끼 50쌍의 행동을 4년간 3795시간에 걸쳐 관찰했다. 위험 상황에서 반응하는 아기 침팬지 30마리도 4년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침팬지는 사람처럼 다양한 유형의 애착 행동을 보였다. 일부 아기 침팬지는 위험을 느꼈을 때 엄마에게 의지하고 엄마를 믿고 자신감 있게 주변을 탐색하는 ‘안정 애착’ 행동을 보였다.

특히 사육된 침팬지 61%는 아기가 주 양육자를 두려워할 때 생기는 ‘혼란 애착’ 행동을 보였다. 야생 침팬지 사회에서는 혼란 애착이 포착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애착은 오랜 진화적 역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론했다.

영장류가 소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이탈리아, 에티오피아, 프랑스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겔라다개코원숭이가 다른 원숭이가 내는 소리를 통해 감정과 처한 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14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공개했다.

10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는 오스트리아 빈대를 비롯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침팬지의 행동에서 인간의 음악성과 비슷한 점을 발견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 사는 침팬지 11개 무리에서 침팬지가 드럼을 치듯 나무를 주먹이나 발로 두드리며 소리를 내는 모습을 관찰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침팬지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된 리듬을 치는가 하면 침팬지의 종류에 따라 리듬 스타일도 달랐다. 연구팀은 “리듬 감각이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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