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국내외 증시에서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들이 다시 랠리를 펼치고 있다. 양자컴퓨팅 기술이 수년 내 상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덕이다. 증권가에선 오는 2030년께 양자컴퓨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 양자암호 생태계가 본격 활성화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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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양자컴퓨팅센터에서 상용 수준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딥마인드(223310)는 전날 대비 8.5% 상승한 30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톤(158430)은 전날 대비 4.5% 상승한 58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도 엑스게이트(356680)(3.8%), 우리넷(115440)(1.8%), 아이씨티케이(456010)(0.5%) 등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 주가가 오른 이들 종목은 모두 양자암호 및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이다. 딥마인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국방 드론 보안용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이전하는 등 사업을 전개 중이다. 아톤도 양자내성암호화(PQC)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인증권 솔루션 ‘퀀텀 세이프가드’를 출시했다. 엑스게이트는 양자암호통신 기반 가사사설망(VPN) 기술을 개발했으며, 우리넷과 아이씨티케이도 양자암호 관련 솔루션을 선보였다.
국내 양자컴퓨터 관련 업체들이 강세를 보인 것은 간밤 뉴욕증시에서 양자컴퓨터 관련주들이 주가가 급등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아이온큐는 전날 대비 36.52% 오른 45.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리게티 컴퓨팅은 전날 대비 26.46% 오른 13.86달러를 기록했다. 디웨이브 컴퓨팅(23.96%), 퀀텀컴퓨팅(14.52%) 등도 잇달아 강세를 시현했다.
대표 양자컴퓨터 업체인 아이온큐의 피터 채프먼 최고경영자(CEO)가 긍정적인 사업 전망을 제시한 덕에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채프먼 CEO는 경제매체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양자컴퓨팅 분야의 엔비디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아이온큐가 스웨덴의 자율주행 전기트럭 기업인 아인라이드와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물류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 점도 매수세가 확대된 이유로 꼽힌다. 구글의 양자(퀀텀)컴퓨터 개발 책임 엔지니어인 율리안 켈리는 구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타임라인 측면에서 우리는 5년 정도 안에 양자컴퓨터만 할 수 있고 고전 컴퓨터로는 할 수 없는 응용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올 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하기까지 2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비교 시 한층 진전된 의견이 제기된 셈이다.
증권가에선 오는 2030년 양자컴퓨터 생태계가 활성화할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각국 기관들은 2035년 전에 보안체계를 양자암호 체계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늦어도 2030년 즈음에는 국내외에서 양자암호 생태계가 활성화하며 주도 업체 위주로 본격적인 실적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 IT·보안주, 현재의 인공지능(AI)·로봇주가 흑자전환 시점보다 몇 년 선행해 주가가 급등한 이력을 복기하면 이번에도 실적보다 수년 앞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