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에도 경매 입찰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치솟는 낙찰가율을 감수하더라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규제 틈새를 노린 투자 수요가 경매에 적극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다음달 시행을 앞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와 금리 인하까지 맞물려 경매 법원으로 향한 이들이 늘고 있는 모양새다.
4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는 총 252가구가 경매에 나와 이 가운데 114가구가 낙찰됐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은 97.7%로, 이는 2022년 6월(110.0%)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일반적으로 경매는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입찰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써내며 낙찰가율도 크게 높아진 셈이다.
특히 토허구역에 묶인 강남 3구에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된 물건이 잇달아 나왔다. 토허구역이라도 경매로 매입하면 실거주 의무 등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지난달 7일 경매가 진행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 197㎡는 7명이 입찰하며 감정가(72억원)보다 20억원 이상 높은 93억7000만원(낙찰가율 130.1%)에 낙찰됐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 41㎡는 감정가 16억원보다 4억원 이상 높은 20억6000만원(낙찰가율 128.5%)에, 강남구 논현동 논현신동아파밀리에 전용 114㎡는 감정가(20억5000만원) 대비 5억원가량 비싼 25억3000만원(낙찰가율 123.4%)에 각각 거래됐다.
이 같은 현상은 토허구역 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7일 경매에 나온 마포구 대흥동 마포자이2차 85㎡는 55명이 몰린 끝에 감정가(16억5000만원)보다 30% 높은 21억6000만원에 매각됐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래미안미드카운티 85㎡도 7명이 몰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아파트의 경매 동향을 보면 토허구역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확산하고 있다”며 “대출 한도 축소와 금리 인하, 공급 부족 문제 등을 고려한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토허구역 대상 아파트 수요가 워낙 큰 데다 다른 지역으로도 관심이 옮겨가고 있어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