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인사이트] ‘67세’ 김경문, ‘만년 하위’ 한화 선두 견인
염경엽의 LG, 김태형의 롯데도 탄탄한 전력 구축하며 2-3위 이어
11일 현재까지 진행된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에선 10개 구단 중 한화 이글스(27승13패·0.675), LG 트윈스(26승1무14패·0.650), 롯데 자이언츠(24승2무16패·0.600)가 승률 6할을 넘기며 1~3위를 형성했다. 나머지 7개 팀이 승률 5할도 넘기지 못하고 있으니 확실한 ‘3강’을 구축한 모양새다.
3강 팀들은 ‘베테랑 사령탑’이 지휘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67), 염경엽 LG 감독(57), 김태형 롯데 감독(58) 등 ‘산전수전’을 겪은 사령탑이 관록을 발휘하며 리그를 지배하는 양상이다.
‘야인’ 생활을 끝내고 지난해 한화 사령탑으로 현장 복귀한 김경문 감독은 10개 구단 감독 중 ‘최고참’이다. 2004년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아 7년간 팀을 이끌었고, 2011년에는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역시 7년간 함께 했다. 우승은 없었지만 두 팀 다 ‘가을야구’에 단골 진출하는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김 감독이 지난해 중반 한화의 ‘소방수’로 복귀할 때만 해도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내긴 했으나 프로야구 현장 공백이 5년 이상 있었고, 환갑이 훌쩍 넘은 ‘노장’으로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였다. 실제 지난해 한화가 최종 8위에 그치면서 이같은 우려는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반전을 일구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극심한 타격 부진 속에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4월 중순 이후 급격한 상승세로 치고 올라왔다. 4월 한 차례 8연승을 달렸던 한화는, 이후 2연패를 당한 뒤 다시 분위기를 바꿨고 이번엔 12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최근 22경기에서 무려 20승을 기록하며 단숨에 선두까지 올라섰다.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류현진-문동주-엄상백으로 이어지는 5선발은 리그 최고이고, ‘영건 마무리’ 김서현을 필두로 한승혁, 박상원, 조동욱, 김범수, 정우주 등이 버티는 불펜도 탄탄하다.타선에서도 문현빈, 황영묵, 김태연 등 젊은 선수들이 제대로 자리 잡았고, 초반 부진했던 노시환, 채은성 등은 김경문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에서 제 궤도를 찾았다.김경문 감독은 자리를 잡지 못하던 젊은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게 했고, 경험 많은 ‘노장 사령탑’의 존재로 선수단 전체에 건강한 긴장감도 돌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3.07) 1위의 배경엔 ‘감독급 투수코치’ 양상문 코치(64)도 있다.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인정 받는 양 코치는 이미 감독에 단장까지 경험했지만, 김경문 감독의 부름에 ‘투수코치’ 직을 받아들였다. 한화엔 사실상 ‘2명의 감독’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김경문 감독보다는 한 세대 밑이지만, 염경엽 LG 감독과 김태형 롯데 감독 역시 리그에선 ‘베테랑 사령탑’에 속한다.
키움 히어로즈(전 넥센) 사령탑을 맡아 ‘염갈량’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염 감독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단장과 감독을 거쳐 2023년 LG 사령탑으로 복귀했다.그리고 부임 첫해 통합 우승을 일궈 LG와 염 감독 본인의 한풀이에 성공했고, 지난해 3위에 이어 올 시즌도 상위권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우승 당시 전력에서 크게 마이너스 요인이 없을 정도로 기본 전력이 탄탄하지만, 염 감독은 그 와중에도 세심하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다. 지난해는 선발투수 손주영을 발굴했고 올해는 송승기라는 새 얼굴을 선발투수로 자리 잡게 했다. 또 타선에서도 구본혁과 송찬의 등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차츰 늘고 있다.
시즌 초반 압도적 선두를 질주할 때의 상승 흐름은 한풀 꺾였지만, 그래도 꾸준히 6할 승률을 사수하며 선두 싸움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롯데의 돌풍을 이끄는 김태형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두산 감독 시절 부임과 동시에 통합우승, 이후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등 화려한 업적을 쌓았던 김 감독은 지난해 롯데 사령탑으로 현장 복귀했다.
김태형 감독 역시 지난해는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5할 승률 미만에 최종 7위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올 시즌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팀 타율 1위(0.286)에 빛나는 화끈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많은 승리를 챙기고 있다.
지난해 발굴했던 황성빈, 나승엽, 고승민, 윤동희가 올해도 활약 중이고, 두산에서 영입한 전민재가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또 마운드에선 박세웅과 터커 데이비슨이 ‘원투펀치’를 형성하고 역시 두산에서 영입한 정철원에 ‘새 얼굴’ 정현수, 김강현 등이 필승조, 김원중이 마무리투수로 뒷문을 걸어 잠근다.
다만 최근엔 황성빈, 전민재, 찰리 반즈 등이 연거푸 부상을 당하면서 위기에 놓였다. 김태형 감독의 ‘운용의 묘’가 다시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한때 프로야구에선 김응용, 김인식, 김성근 등 이른바 ‘3金’으로 불리던 노장 감독들이 주름잡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젊은 감독들이 대거 들어서며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었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초 ‘80년대생 사령탑’인 이범호(44) KIA 타이거즈 감독이 통합 우승을 일구기도 했다.
젊은 감독 열풍이 좀 더 거세질 것처럼 보였지만, 올 시즌은 ‘노장 감독’들의 분발로 다른 양상이 전개되는 모양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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