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 동선·붐비는 태극당…확 달라진 KIAF

1 day ago 3

KIAF 서울에 참여한 독일 ‘디갤러리’ 부스 전경.  KIAF 제공

KIAF 서울에 참여한 독일 ‘디갤러리’ 부스 전경. KIAF 제공

‘공진(Resonance).’

24회째를 맞이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올해 주제로 내건 단어다. 그림을 사고파는 경계를 넘어 갤러리, 작가, 관람객 모두의 예술 축제로 ‘지속 가능한 미술 생태계’를 고민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미술 시장의 불황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주제는 닷새간 이어진 KIAF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거장들의 작품 외에도 신진 작가 발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특히 돋보였다. 박그림, 박노완, 이동훈 등이 선정된 ‘키아프 하이라이트’, 한·일 수교 60주년 특별전인 ‘리버스 캐비닛’ 등의 섹션에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판매 성과로도 이어졌다. KIAF 측은 “일본 등 아시아 컬렉터와 2030 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지며 새로운 컬렉터층의 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KIAF 전시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특별전, 미디어아트 서울 등과의 협업 전시를 포함해 예술경영지원센터·프리즈 서울과 공동 기획한 토크 프로그램은 아트페어의 품격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예술 재단, 아시아 퀴어 미술, 사회 참여 예술, 한국 미술시장, 인공지능(AI)과 창의성 등 다양한 주제로 9개 프로그램이 연일 열렸다.

올해 KIAF 전시장 곳곳에선 “눈에 띄게 넓어지고, 눈이 시원해졌다”는 평가가 다수 나왔다. 닷새 동안 7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린 가운데 갤러리 간 통로를 넓히고 홀마다 식음료(F&B) 등 휴게 공간을 전략적으로 두 배 이상 마련한 것이 주효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베이커리 ‘태극당’은 연일 전 메뉴가 완판될 정도로 긴 대기줄이 이어졌다. 또 성수동의 유럽식 사퀴테리(육가공) 전문 레스토랑 ‘세스크멘슬’, 한국의 전통 차 브랜드 ‘오므오트(OMOT)’,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스몰굿커피’ 등 로컬 브랜드를 중심으로 꾸려 아트페어에 참여한 해외 갤러리 관계자들도 호평했다. 한 해외 갤러리 관계자는 “아트페어에서 행사장을 나갈 여유가 없는데, 부스 옆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날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아트페어에 참여한 갤러리들도 힘을 보탰다. 흰 벽에 흰 바닥과 천장까지 화이트큐브 일색이던 페어장의 공간 구성이 우선 달라졌다. 출품작에 맞춰 보라색, 상아색, 하늘색, 버건디색 등 다양한 색의 컬러 벽을 세우는 등 세심한 전시 구성이 눈에 띄었다. 금산갤러리는 김은진 작가의 자개장 작품인 ‘인산인해 시리즈’를 초록색 벽면 위에 선보이고, 이강욱 작가의 단독 부스를 설치한 노화랑은 모든 벽을 연한 하늘색으로 꾸몄다. 윤형근, 이강소 화백 등 한국 현대미술의 두 거장 작품을 검정 벽면에 나란히 건 샘터화랑 측은 “두 화백의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는 데 검은색만큼 적절한 것은 없다”고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참여한 디갤러리(DIE GALERIE)는 500년 전부터 현재 작품까지 다채롭게 전시했는데, 작품의 제작 시기별로 가벽 색상을 달리 했다. 엘케 모어 디갤러리 총괄 디렉터는 “500년 예술사를 잇는 다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피카소의 드로잉은 핑크베이지 톤에, 김두례 작가 작품은 흰 벽에 걸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벽의 배경색도 연해지도록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밤 12시 무렵까지 갤러리들이 문을 여는 한남·청담·삼청 나잇도 올해 더 짜임새 있는 퍼포먼스와 기획으로 빛났다. 4일 국제갤러리는 갈라포라스 김의 아티스트 토크와 연계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고, 같은 날 갤러리 현대는 국가무형유산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전승 교육사 김혜경 만신의 ‘대동굿-비수거리(작두굿)’로 화제를 모았다.

김보라/강은영 기자 destinybr@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