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고통스러웠다" 950일 만에 A매치 나선 日 베테랑, 39살에 '새 포지션' 시험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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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출전한 일본 축구대표팀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 /사진=EAFF 제공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중국전에 출전한 일본 축구대표팀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왼쪽 두 번째). /사진=EAFF 제공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의 1986년생 베테랑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39·FC도쿄)가 무려 950일의 기다림 끝에 A매치 출전 기록을 143경기로 늘렸다. 한때 일본 대표팀에서 제외되고, 대표팀 복귀 후에도 출전 기회까지는 얻지 못하다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통해서야 가까스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오랫동안 출전하지 못해 "그동안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은 그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출전 의지를 다시금 불태웠다.

나가토모는 12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대회 2차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가 A매치에 출전한 건 지난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크로아티아전 이후 처음이다. 이후 나가토모는 카타르 월드컵 이후 일본 대표팀에서 계속 외면을 받다가 지난해 3월에야 다시 복귀했다. 그러나 대표팀 복귀 후에도 14경기 연속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다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해 마침내 그라운드를 누볐다.

심지어 39세의 나이에 새로운 포지션에 시험대에 섰다. 한때 인터밀란(이탈리아),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 올랭피크 마르세유(프랑스) 등 유럽 무대를 누볐던 '풀백'인 그는 이날은 백3의 왼쪽 센터백에 포진했다. 170cm의 단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파격적인 시험대였다. 다행히 나가토모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수비진을 지켰고, 일본의 2-0 무실점 승리까지 이끌었다. 축구매체 게키사카는 "나가토모는 거의 경험이 없는 왼쪽 센터백으로 나섰는데도 뛰어난 수비력을 선보였다. 큰 체격의 상대 공격수와 공중전에서 거의 승리했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고 평가했다.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중국전에 출전한 일본 축구대표팀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오른쪽). /사진=EAFF 제공

무려 905일을 기다린 A매치 출전 기회인 데다, 그것도 평생을 뛰었던 측면 수비가 아닌 센터백으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을 만한 일. 나가토모는 그러나 경기 후 스포니치 아넥스, 게키사카 등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를 통해 "일본 대표팀으로서 뛰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출전 기회만 찾아오면 영혼을 다해 싸우겠다는 결심만 했다. 그게 조금이나마 전달이 됐다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대1 상황에서 쉽게 지지 않는다는 게 내 강점이다. 스피드나 공중전에서도 자신이 있었다. 그런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면서 "여전히 대인방어만큼은 잘 해낼 자신이 있다. 그것만큼은 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으로 경기에 나섰다. 비록 키는 작지만 공중전의 장점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풀백이 아닌 센터백으로서 시험대에 오른 건 오히려 '기회'라고 봤다. 나가토모는 "백3의 왼쪽 센터백엔 마치다 고키(호펜하임)나 이토 히로키(바이에른 뮌헨) 등 훌륭한 선수들이 있지만, 대표팀 내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포지션이다.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월드컵 경쟁에서도 파고들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아직도 할 수 있다', '센터백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주셨다면, 선수로서 인정을 받는다는 점에서 한 발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크로아티아전에 출전했던 나가토모 유토. /AFPBBNews=뉴스1

카타르 월드컵 이후 A매치 출전까지 이어진 오랜 기다림에 대해서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고통스럽다는 말밖에 표현할 게 없다"고 뒤늦게 심경을 털어놨다. 여기에 나가토모는 최근엔 대표팀뿐만 아니라 소속팀에서도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할 정도로 경쟁에서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최근 소속팀 FC도쿄 공식전 8경기 중에선 선발 출전이 단 1경기, 남은 7경기에선 아예 결장하거나 10분도 채 못 뛰는 경기들이 대부분이었을 정도.

그럼에도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부름을 받고 대표팀에 승선한 그는 동아시안컵 무대를 통해 반전을 다짐했다. 나가토모는 "그동안 갖은 역경과 고통에서 지금까지 여러 번 일어났다. '나가토모는 끝났다'고 모두가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오직 자신을 믿고 달려왔다. 오늘이 안 되면 정말 끝이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남은 한국전을 포함해 많은 분을 더 놀라게 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나가토모는 2007년 FC도쿄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AC체세나(이탈리아), 인터밀란, 갈라타사라이, 마르세유 등 유럽 생활을 거쳐 2021년 친정팀 도쿄로 복귀한 일본 축구 레전드 풀백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4차례 월드컵 무대에 나섰고, 2011년 아시안컵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A매치 143경기 출전은 엔도 야스히토(152경기·은퇴)에 일본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번 대회 개막 전 기자회견을 통해선 "5번째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대회를 통해 내 존재 가치에 대해 어필을 하고 싶다. 주장으로 지명됐기에 책임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한국전에서 손흥민과 볼 경합을 펼치고 있는 나가토모 유토.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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