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숙 작가(유튜브 크리에이터 ‘밀라논나’)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구상 ‘꽃자리’ 가을 산을 볼 때마다 나무들이 부러웠다. 싸우거나 경쟁할 필요 없이 제자리에서 저마다의 색깔로 물들어 가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결혼 후 꿈을 좇아 유학을 떠날 때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야 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워킹맘이란 말도, 육아휴직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아내이자 두 아들의 엄마, 며느리로 집안 대소사와 살림을 챙기며 일을 했다. 어느 역할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어 잠을 줄이고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썼다. 그래도 마음먹은 만큼 해내지 못하면 무력감과 자괴감이 밀려왔다. 꿈을 버리지 못해 허둥대는 내가 안쓰럽다가도 한심했다. 그렇게 여러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던 마흔 중반, 이 시구를 만났다. 감당하기 벅찰 때면 시집이나 수필집을 펼쳐 들곤 했다. 귀갓길 한적한 길모퉁이에 잠시 차를 세우고 책을 읽으며 숨을 고르기도 했다. ‘가시방석 같은 이 자리가 꽃자리라고?’ 가만히 되뇌고 외우며 나 자신에게 물었다. 어느 것 하나 놓치거나 포기하고 싶지 않아 이어온 삶이었다. 그렇다면 이 자리를 꽃자리로 만들어 보자. 툴툴거리기보다 내게 주어진 역할을 기꺼이 해내며 경험의 부자가 되어 보자. 그 문장은 고단한 일상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바꿔 놓았다. 일흔을 바라보던 나이에 유튜버라는 새로운 역할이 주어졌다. 젊은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추려 애쓰며 촬영할 때마다 외운 문장도 ‘이 자리가 꽃자리’였다. 삶이 힘들 때면 지금도 이 말로 나를 안아주고 다독인다. 내게 길을 묻는 인생 후배들에게도 들려준다. 아무도 꽃을 뿌려주지 않아도 내가 꽃길을 만들며 가자고. 대단한 꽃일 필요는 없다고. 저마다의 빛깔로 물드는 가을 산처럼, 나도 내 자리에서 나만의 꽃을 피우면 된다고. 장명숙 작가(유튜브 크리에이터 ‘밀라논나’)©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Related
[사설]‘52시간 특례’ 입법 대신 시행령 ‘땜질’… 속도전 가능할까
3 hours ago
5
[사설]李 “CPTPP 비난 있더라도 해 놓아야”… 시간표 더 앞당겨야
3 hours ago
3
[사설]전기차 100만 시대, 고장 나도 고칠 곳이 없다
3 hours ago
3
[횡설수설/우경임]여군 장교
3 hours ago
4
[오늘과 내일/김재영]부동산 ‘전쟁’의 민간 희생자들
3 hours ago
4
[한규섭 칼럼]트럼프-美 여론의 괴리, 韓 외교는 어디를 보나
3 hours ago
5
[광화문에서/신규진]美대사와 美사령관의 예사롭지 않은 동행
3 hours ago
4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김정은, 하늘까지 막을 수 있나
3 hours ago
5
Tips
click
Trending
Popular
영탁 "임영웅과 자주 운동해, 축구 실력 1티어..장민호는 개발" [사당귀]
3 weeks ago
387
주말 새 2금융권까지 해킹피해 확산에…당국, 4일 전 금융업권 협회장·금융사 대표 긴급 소집
3 weeks ago
383
넷마블 ‘몬길: 스타다이브’, 1.4 대규모 업데이트…‘이자벨라’ 등장
3 weeks ago
380
임산부석 차지한 노인…다리 깁스한 34주 만삭 임산부는 결국
3 weeks ago
375
Show GN: 믹스독 — 같은 구독으로 더 많이 쓰는 오픈소스 코딩 에이전트
3 weeks ago
372
“군대 안가” 자랑한 축구대표팀에…안철수 “군대가 혐오시설? 군면제 없애야”
3 weeks ago
370
승부 가리기엔 11회가 모자랐다…KT, 연장 접전 끝 롯데와 2-2 무승부→매직넘버 2
3 weeks ago
367
한국큐빅, 매출 67% 차지 안산공장 생산중단…부산공장으로 통합
3 weeks ago
366
은행권 AI 연쇄해킹…공격서버에 ‘중국어 문자열’ 있었다는데
3 weeks ago
355
평택시흥고속도로서 트럭이 승용차 2대 추돌…트럭 운전자 사망
3 weeks ago
353
© Clint's Theme Park 2026. All rights are reserved

1 day ago
2
![[사설]‘52시간 특례’ 입법 대신 시행령 ‘땜질’… 속도전 가능할까](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26/134913578.1.jpg)
![[사설]李 “CPTPP 비난 있더라도 해 놓아야”… 시간표 더 앞당겨야](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26/134913585.1.jpg)
![[사설]전기차 100만 시대, 고장 나도 고칠 곳이 없다](https://image.donga.com/pc/2022/images/common/donga_default_img.png)
![[횡설수설/우경임]여군 장교](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26/134913561.1.jpg)
![[오늘과 내일/김재영]부동산 ‘전쟁’의 민간 희생자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26/134913558.1.jpg)
![[한규섭 칼럼]트럼프-美 여론의 괴리, 韓 외교는 어디를 보나](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26/134913554.1.png)
![[광화문에서/신규진]美대사와 美사령관의 예사롭지 않은 동행](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26/134913526.1.jpg)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김정은, 하늘까지 막을 수 있나](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26/134911836.4.jpg)
![영탁 "임영웅과 자주 운동해, 축구 실력 1티어..장민호는 개발" [사당귀]](https://image.starnewskorea.com/cdn-cgi/image/f=auto,w=1200,h=645,fit=cover,q=high,sharpen=2/21/2026/10/2026100208562556697_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