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3〉농심 신라면, 전세계를 사로잡은 한국인의 매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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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라면의 대명사로 불리는 농심 '신라면'은 이제 단순한 식품 브랜드를 넘어 글로벌 K-푸드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986년 출시된 이후 39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며 특유의 얼큰한 맛과 쫄깃한 면발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농심의 신라면은 어떻게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K-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요?

1978년 농심.1978년 농심.

1965년, 농심은 '롯데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에 설립되었습니다. 창업자 신춘호 회장은 일본에서 인스턴트 라면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목격하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라면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1975년 롯데공업에서 '농부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라면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농부 농(農'), 마음 심(心)을 사용해 '농심라면'을 출시합니다. 당시 코미디언 구봉서-곽규선 콤비가 등장한 농심라면의 TV광고 속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문구는 전 국민에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신라면의 전신인 농심라면.신라면의 전신인 농심라면.

농심라면으로 '농심'이라는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 후 1978년, 롯데공업은 사명을 '농심'으로 변경합니다. 그렇게 농심의 전성기가 시작됩니다.

농심은 1986년, '매운맛'을 강조한 신라면을 출시하며 라면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신(辛)'이라는 네이밍을 통해 '맵다'는 뜻과 함께 창립자 신춘호 회장의 성씨인 신(辛)에서 따온 것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신라면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라면이었습니다. 그때까지의 라면들은 주로 간장 베이스의 국물 맛에 집중했다면, 신라면은 '매운맛'을 앞세운 것입니다.

신라면.신라면.

출시 초기 신라면은 기존의 순한 맛 라면과 차별화된 강렬한 매운맛으로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신라면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한국적인 매운맛'입니다. 단순한 자극적인 매운맛이 아니라 깊은 감칠맛과 조화를 이루는 매운맛을 구현했습니다. 이는 쇠고기 육수 베이스에 고추, 마늘, 양파 등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한 스프 덕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평균 300만 개의 신라면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전체 라면 시장 중 약 25%를 차지하는 실로 대단한 양이며, 라면 시장의 전무후무한 대 히트상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신라면의 성공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며 미국,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한국 라면의 매운맛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신라면이 글로벌 K-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2005년 미국 제1공장을 설립하며 현지 생산을 시작했고, 이후 미국 내 아시안 마켓을 넘어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망에 입점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했습니다. 2022년에는 미국 제2공장을 설립하며 미주시장의 대폭적인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2008년 상하이 금산공장 준공.2008년 상하이 금산공장 준공.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인의 입맛에 맞춘 제품'이 아닌 '한국의 오리지널 맛'을 고수한 전략이 주효했는데요. 1996년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농심은 중국 내 K-푸드 열풍과 함께 신라면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습니다. 현재 중국 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한국 라면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국인 일본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그 밖에도 영국, 러시아, 스위스, 독일, 호주 등 100여 개국에서 연간 100억 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온라인 플랫폼인 틱톡숍에 라면 최초로 브랜드 매장을 열며, 동남아시아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신라면도 자연스럽게 글로벌 인지도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해외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신라면이 등장하며 외국인들에게 '꼭 먹어봐야 할 한국 음식'으로 손꼽힙니다. SNS나 유튜브를 통해 레시피 발굴 이벤트를 진행하고, 세계적인 셰프들과 협업하는 등 신라면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이며, 단순한 인스턴트 라면을 넘어 '요리의 재료'로서의 가치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태국 셰프 쪠파이와 신라면 똠얌 출시.태국 셰프 쪠파이와 신라면 똠얌 출시.

농심은 신라면의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며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2011년 신라면 '블랙'을 출시하여 프리미엄 라면 시장을 개척했고, 뒤이어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를 비롯해 2019년 신라면 '건면', 2021년 신라면 '볶음면', 신라면 '제페토', 2023년 신라면 '더레드'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2024년 SNS와 유튜브에서 신라면을 활용한 투움바라면 레시피가 인기를 끌며 신라면 툼바가 출시됩니다. 신라면 툼바는 아이언셰프 아메리카 우승자이자 넷플릭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를 통해 존재감을 알린 에드워드리 셰프와 콜라보를 진행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해외 수출용으로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신라면 그린, 신라면 똠얌맛, 할랄 신라면을 선보이며 다양한 문화권에서 '한국인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전파하고 있습니다.

1975년 농심 광고.1975년 농심 광고.

신라면은 당대 최고의 스타를 전속모델로 기용해왔습니다. 1975년 당대 인기 코미디언 구봉서-곽규석 콤비, 80년대에는 코미디언 이주일, 김형곤, 탤런트 강부자, 90년대엔 최수종 등이 전속모델로 출연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남성 스포츠 스타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하기도 했습니다. 손흥민, 박지성, 차두리, 이용대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신라면 광고에 등장하며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는데요,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강인한 정신력과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들로, 신라면의 매운맛과 도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 시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인 모델과 누구나 한 번은 겪어봤을 법한 에피소드로 무장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신라면 출시 후 줄곧 사용해오던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카피를 지난해 '인생을 울리는 신라면'으로 변경하며 신라면의 광고에도 변화가 찾아온 것인데요.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카피는 신라면이 처음 출시된 1986년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2021년 작고한 농심 창업자 신춘호 회장이 직접 만든 것으로 유명한 이 카피는 '웬만하면 울지 않는 사나이도 눈물이 나올 정도로 맛있게 매운맛'을 강조했다면, 38년만에 교체된 새 카피 '인생을 울리는 신라면'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고객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정서적 교류를 공유하는 동반자적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농심 사옥.농심 사옥.

앞으로도 신라면은 한국을 대표하는 K-푸드 브랜드로서 전 세계인들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농심 신라면의 성공은 단순한 매운 라면을 넘어, 한국 고유의 맛과 문화를 세계에 K-브랜드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국적인 맛을 고수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인 접근으로 오늘날의 '한국 대표 라면'으로 자리잡은 신라면. 앞으로도 신라면이 K-푸드의 선두주자로서 어떤 혁신을 이어갈지 기대해봅니다.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이사 · 변리사 jmk@wegofair.com

[ 필자 소개 ] IP 및 브랜드 보호 전문가로, 한국IBM 시스템엔지니어와 독일 IP분야 로펌인 Stolmar&Partner 한국변리사로 근무했다. 국내외 IP 전문 변리사 경험을 바탕으로 AI기반 위조상품 모니터링 및 차단 플랫폼 'Wegofair'를 개발, 위조상품 유통 방지에 힘쓰고 있다. 현재 플랫폼 운영사인 (주)위고페어 대표이사와 특허법인 아이엠의 파트너변리사를 겸임하고 있다.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 겸 변리사.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 겸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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