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현재 국회에 필요한 그것…‘블랙기업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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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 (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지 ‘블랙기업조선’

조선시대로 되돌아가면 현대의 지식을 어디까지 현실화할 수 있을까.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누구든지 한 번쯤은 생각해봄직한 일이다. 과거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기술로 다양한 신식 발명품을 먼저 개발했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위치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상상의 영역에 있는 이 생각을 카카오페이지 ‘블랙기업조선’이 현실화했다. 회귀물의 형태이지만 배경이 우리나라의 과거, 조선시대여서 허구이지만 미묘하게 현실성을 살려준다.

웹툰은 동명의 웹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했다. 해당 웹소설은 누적 조회 수 8539만회에 달하는 인기작으로, 웹툰 역시 카카오페이지 연재 이후 조회 수 1684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독자 호응을 얻었다. ‘블랙기업조선’은 뻔하디 뻔한 회귀물 판타지 장르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회귀 자체는 판타지이지만, 배경 자체가 우리나라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만큼 고증이 중요하다.

웹툰은 조선 초기 고증을 토대로 세종대왕과 아들 문종의 이야기를 다뤘다. 우리나라 문명의 꽃을 피운 세종대왕의 ‘덕후기질’을 잘 묘사한다. 주인공은 현대를 사는 발명 덕후 ‘김진호’로 비상한 머리를 지녔지만 오로지 발명에만 흥미를 갖는 특이한 인물이다. 현실 세계에서 화약류를 잘못 다루다가 폭발하면서 갑자기 조선시대로 회귀하게 된다.

진호는 현실 세계에서 못 만드는 게 없는 기술의 대가다. 세종대왕 시대로 넘어온 그는 세자(향후 문종)라는 신분으로 다양한 발명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세종대왕과 진호는 발명 릴레이를 벌이고, 신하들은 매일같이 갈려나가는 일상을 만든다. 웹툰 제목 ‘블랙기업조선’이 여기서 비롯된다. 호의호식하는 양반가들이 아닌,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 조선시대 신하들을 그린다.

독자들은 웹툰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조선 초기의 상황과 역사 흐름을 접하게 된다. 그만큼 탄탄한 고증을 했다. 동시에 현대적인 유머 한스푼을 얹어 지루함을 덜했다. “신하가 괴로워야 백성이 편안하다”는 논리를 웹툰은 잘 보여준다. 이는 현재 정쟁과 일탈만 일삼는 국회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서민은 힘든데 정쟁만 일삼는 현재의 국회 상황을 웹툰과 대비하면, 독자들은 더 시원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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