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모방 학습을 활용한 인공지능(AI) 기반의 작업용 로봇을 내놓겠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장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피지컬 AI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로보티즈는 로봇 관절에 쓰이는 필수 부품인 액츄에이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국내 몇 안되는 로봇전문기업이다.
로보티즈는 이날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물적분할을 공시했다. 기존에 개발자금을 집중 투입하던 자율주행 배송로봇사업을 자회사로 분사키로 하면서다. 공시에서 "액츄에이터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사업에서 개발비용이 커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앞으로 자율주행 로봇사업은 비상장사로서 자체 조달한 자금으로 사업을 꾸려나가게 된다.
로보티즈의 주력 제품인 액츄에이터는 모터·감속기·제어기·통신 부품 등을 하나의 모듈로 담고 있다. 기술 경쟁이 치열한 휴머노이드 로봇에 40~50개의 액츄에이터가 들어간다. 로보티즈는 액츄에이터에서 글로벌 수위권의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전체 매출의 80%를 벌어들이는 배경이다.
이 액츄에이터 사업을 피지컬 AI, 즉 작업용 로봇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구상이다. 생성형 AI를 물리적 세계에 적용해 사람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게 피지컬 AI다.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그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피지컬 AI를 구현하려면 액츄에이터 기술은 필수적이다.
특히 작업용 로봇은 공장에서 무거운 부품을 운반해야하기 때문에 손상없이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액츄에이터의 내구성이 중요하다. 로보티즈가 피지컬 AI에서 유리한 입지에 서 있다고 판단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미 로보티즈의 피지컬 AI는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진행된 상태다. 로보티즈는 지난해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진과 함께 피지컬 AI를 공동 연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프로토타입 로봇으로 데이터를 수집 중"이라며 "연내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자율주행 배송로봇사업에 투입하던 자금도 피지컬 AI에 집중할 계획이다.
피지컬AI의 상용화를 위해 2대 주주인 LG전자와도 손잡고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작년 연말 삼성전자가 협동로봇·양팔로봇·자율이동로봇 기술을 갖춘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면서 미래 로봇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LG전자와 로보티즈의 협력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자율주행 로봇 자회사의 R&D 자금은 비상장자로서 조달하게 된다. 김 대표는 "분할된 자회사는 5년 안에 상장이 안 되기 때문에 상장을 염두에 둔 물적분할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자율주행 배송로봇은 B2C사업인 만큼 기존에 로보티즈가 추구하던 B2B 위주 사업과는 거리가 있어 분사키로 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로보티즈의 매출은 지난해 321억원을 기록하면서 2021년 대비 43.3% 증가했다. 그럼에도 적자폭은 같은 기간 9억원에서 29억원으로 확대됐다. 자율주행 배송로봇사업 개발자금으로 100억원 이상 투입된 데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서다. 중국 로봇의 가격은 로보티즈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로보티즈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에 있던 생산기지를 해외로 돌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아직 구체적인 대상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해당국의 인건비와 정부 지원을 감안할 때 중국 제품 가격 이하까지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